[IITP 리뷰 1]반려동물 인간화로 새로운 전기맞는 펫테크 산업

요즘 반려동물은 가족 같은 존재다. 반려동물을 '아이', 돌보는 가족을 '집사'라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반려동물을 인간과 동일한 속성을 가진 인격체로 대우한다는 '펫 휴머니제이션',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키우는 사람인 '팻팸족(Pet+Family)',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딩펫족' 같은 단어들도 등장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각종 매체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입시에서 수의학과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펫 케어시장에서는 인간화, 프리미엄화, 디지털화, 웰니스 및 지속가능성이 주요 키워드라고 한다. 펫 휴머니제이션은 인간화를, 글로벌 명품브랜드인 프라다(우비), 버버리(트랜치코트), 에르메스(밥그릇), 루이비통(캐리어) 등 펫 시장 진출은 프리미엄화를 상징한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펫테크(Pet-Tech)는 디지털화 대표 사례이자 여타 키워드에도 복합적으로 연관된다. 펫테크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최근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등 인프라, ICT 기술역량 그리고 통신요금제 결합상품 같은 우월한 고객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통신사업자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이통사, 펫테크 시장에 본격 진출

2015년부터 원격 사료급식, 실시간 위치추적 서비스 등 IoT 기반 반려동물 케어서비스를 시작했던 국내 이통사들은 최근 더욱 지능화되고 범위가 확장된 펫테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SKT는 엑스레이 사진 분석으로 수의사 진료를 돕는 AI 기반 수의영상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를 지난 9월 25일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AI 기반 수의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 개념도
AI 기반 수의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 개념도

반려견의 엑스레이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AI가 30초(인터넷 속도 100Mbps 기준) 안에 비정상 소견 여부와 위치정보 등 분석 결과를 수의사에게 제공하는 웹 기반 서비스다. 출시 한달만에 60여개 동물병원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2023년에는 반려견 복부와 반려묘 흉부 및 복부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KT는 5G 요금제 선택사항으로 IoT 웨어러블과 자동급식기로 구성된 '반려견 디바이스팩'을 지난 5월 30일 출시했다. 목줄에 부착하는 '페보프로 웨어러블'은 IoT 통신 기능을 탑재해 24시간 위치추적과 활동량을 주기적으로 업로드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급식기(펫위즈)가 적정 급식량을 조절한다.

KT의 반려견 디바이스 팩
KT의 반려견 디바이스 팩

LG유플러스는 2019년 원격급식기·맘카CCTV·간식로봇을 결합한 반려동물 케어 토털솔루션을 내놓고 활동량과 몸무게에 맞춘 권장 칼로리를 추천하고 밥 먹는 속도 등을 리포트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지난 10월에는 시간 예약 또는 스마트홈 앱을 통한 원격 조작으로 간식이 담긴 장난감 공을 내보내 반려동물이 노즈워크 훈련을 할 수 있는 펫토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유럽 최대 통신사인 보다폰은 스마트 GPS 위치추적기인 커브(Curve)와 고정 클립, 그리고 보다폰 앱으로 구성되는 펫 트래커 팩을 지난해 9월 출시했다. 커브에는 보다폰 스마트SIM이 내장돼 있고 GPS, 블루투스, 와이파이, 셀룰러 연결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원격에서 위치 확인이 가능하고, 반려동물이 설정 영역을 벗어나면 알람 기능도 제공한다.

◇대표적 ICT 전시회 CES에도 펫테크 제품 크게 늘어

CES는 기발하면서도 첨단의 펫테크 제품들이 소개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반려동물을 고유 프로세스와 감정, 표현 욕구를 가진 지능적 존재로 인식하려는 제품들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기술동향전문지 테크크런치가 선정한 CES 2022 대표 펫테크 제품으로는 반려견 위치뿐 아니라 심장 및 호흡기 상태를 추적하는 스마트 목걸이(Invoxia), 동물 심박수를 감지하고 특성화하는 로컬센서와 회로를 통해 심박 변이도를 분석해 개의 정신 상태를 추정하는 배낭형 제품(Langualess), 반려묘 일상 움직임을 추적하는 스마트 고양이 목걸이 및 체중 감지 플랫폼(Catlog), 반려견에게 인간 어휘를 사용해 자신을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버튼 세트(FluentPet), 저전력 생리학적 감지 레이더 기술을 활용하여 강아지 심장이상신호를 조기 알려주는 iPetWear(ITRI), 허용되지 않는 3~15피트 구역을 설정하고 이에 근접하면 지오펜싱이 작동하는 Wagz Tagz(Wagz) 등이다.

향후 펫테크는 반려동물 스스로 기기를 제어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일리나 허스카이 더글러스 영국 글라스고대 교수는 전망한다.

국내에서 300만 이상 가구, 1400만명 인구가 반려동물을 기를 만큼 양적으로 성장하고, 펫 휴머니제이션 확산으로 질적 수요가 고도화하면서 반려동물 시장에서 ICT 역할이 부각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관련 시장 진출, 펫테크기업 절반이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는 등 소식은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고, 반려동물 원격진료 등 미래형 의제들도 가시화하고 있다.

복지정보통신이 인간을 너머 반려동물로 확장되며 생겨날 다양한 기회요인에 선제적 대응을 준비해 나가야 하겠다.

글 : 이효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