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소비자가 아닌 '고객' 경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이현정 HS애드 CXM 센터장
이현정 HS애드 CXM 센터장

2020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기업 마케팅 담당자 중 90%는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고객 중 86%는 좋은 경험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고객이 체감한 좋은 경험은 1%에 불과하다. 기업이 고객 경험(CX)을 고민할 시대가 된 것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경험은 고객과 브랜드가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다. 경험이 성공적이라면 고객은 브랜드와 교감하고 구매할 뿐만 아니라 옹호자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경험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브랜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과 마주한다. 고객 경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왜 소비자가 아닌 고객일까?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 사용하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즉, 특정 브랜드를 포함한 포괄적 의미를 가진다. 반면에 고객은 특정 브랜드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고객은 직접적으로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것으로 생각되는 감정적·이상적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고객 만족과 고객 경험도 다른 개념이다. 만족은 고객이 브랜드를 구매한 이후 어떤 경험을 했는지 결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에 경험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 왜 브랜드를 만나고 만난 이후에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행동을 하는지를 들여다본다. 고객이 브랜드를 만나는 순간순간을 쪼개 그 과정을 파악하고 구매하는 것을 포함해 일상에서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때문에 고객 경험은 브랜드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주문 및 제품 수령,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브랜드와 고객 상호작용에서 유발되는 감정적·행동적 경험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HS애드
자료:HS애드

고객 경험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된 안드레 슈와거와 크리스토퍼 메이어의 논문 '고객 경험의 이해'에서다. 하지만 훨씬 이전인 1970년대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저서 '미래 쇼크'에서 경험 산업을 언급하면서 그 중요성을 예견했다. 고객 경험을 이해하려면 먼저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출발점이 브랜드가 아닌 경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생각을 바꾸면, 제품을 잘 만들면, 이런 기능이 있으니'가 아니라 '고객은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경험할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이런 경험을 위해서는 이런 기능이'로 경험 지향적 사고 전환이 요구된다.

고객 경험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제품의 성능·기능적 차별화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기술력 향상으로 인해 고객은 제품 품질은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고 느낀다. 이에 고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와 연결되기를 원하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봐 주기를 바라며, 항상 존중받는 대상이고 싶어 한다. 브랜드는 고객과 모든 접점에서 연결성을 가지고 개인화되고 만족스러운 상호작용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적인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의 전반적인 브랜드 인식과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 이유는 긍정적 고객 경험이 비즈니스 전반에 탁월한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컨설팅에 따르면 고객 경험 관리가 잘 이뤄진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고객 유지율이 1.9배 높아진다. 고객 유지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신규 고객 확보보다 기존 고객 유지 비용이 낮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고객 생애가치가 2.1배 향상된다. 생애 가치는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이용한 총 기간 내에 발생되는 순이익의 현재가치다. 생애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브랜드를 경험한 고객이 옹호 고객으로 전환돼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원 만족도 증대에도 1.5배 기여한다. 고객 경험과 직원 경험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며 긍정적 고객 경험을 위해 직원 경험을 개선하는 기업들은 수익 실현 및 성장 속도가 빠르다.

마지막으로 기업 수익 또한 1.7배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기존 고객 유지로 인한 비용 감소와 고객 생애 가치 증대로 인한 크로스셀링·업셀링 기회가 많아지고 옹호 고객 기반의 고객 생애 가치가 향상되고 신규 고객의 구전(Viral) 효과가 증가하면서 기업 수익도 증가하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고객 경험에 대한 감지(sensing)와 돌봄(caring)이 이뤄지면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을 확인, 빠르게 대응해 이를 해소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객 경험에 기반한 차별화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고객의 브랜드 경험 여정 복잡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긍정적 의미로 해석하자면 기업은 언제 어디서나 고객을 만날 수 있고, 그 만남의 흔적이 남아 고객 경험 개선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고객 경험의 중요성과 더불어 증가한 복잡성은 이를 관리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HS애드
자료:HS애드

고객 경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7가지가 요구된다. △구매 과정과 사용 상황을 포괄해 브랜드와 연관된 고객 감정과 행동을 파악해야 한다 △고객 감정과 행동을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기업 내부를 돌아봐야 한다 △고객이 브랜드와 만나기 쉽고 고객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바를 잘 전달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고객 접점의 포인트를 관리해야 한다 △고객이 방문하는 브랜드 사이트는 탐색하기 쉽고 충분한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기업이 보유한 온드(Owned) 채널 역할을 정의하고 경험 기반의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고객의 경험 기반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정확한 핀포인트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고객이 기업에 누구인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매번 설명할 필요가 없도록 개인화가 이뤄져야 한다 △고객은 기업·브랜드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지속 파악해야 한다.

선행 조건은 먼저 고객을 아는 것이다. 고객을 파악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고 얻어진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프로세스를 통해 고객과 브랜드가 상호작용하는 모든 접점에서 연결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분석과 전략이 제 시간에 도출돼야 한다.

고객은 브랜드의 품질이 좋다 혹은 나쁘다는 얘기보다 “헐~ 대박~”으로 시작해서 브랜드를 구매하고 사용하면서 겪는 경험을 하나의 스토리로 기억하고 공유한다. 총체적인 경험 위주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평가 받고 있다는 말이다. 특정 식당을 방문한다고 가정해보자. 식당에 들어서 직원이 안내할 때의 표정과 태도, 분위기, 음식 플레이팅과 맛, 계산할 때 직원 표정과 태도, 이 모든 접점에서 고객이 느끼는 감정과 행동이 식당에 대한 총체적인 경험을 형성한다. 이후 고객은 다시 그 곳을 방문할지, 타인에게 추천할지를 결정하고 그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고객 경험 여정의 관리를 통해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은 고객의 감정과 행동을 자극하고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한 실망을 긍정적인 경험에 따른 기쁨으로 바꿔주고,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움을 계획하고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고객 경험 여정을 파악해 불편감을 해소하고, 경험 여정을 재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처럼 불확실한 환경에서 최상의 브랜드를 가진 것만으로는 시장을 선도하거나 그 위치를 유지하기 어렵고, 고객의 옹호를 받기는 더욱 어렵다. 고객의 옹호를 얻으려면 브랜드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경험 최적화가 이뤄져야 한다. 고객 경험 최적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고객 경험 최적화는 고객이 느끼는 1%의 긍정적 경험을 최대화할 수 있고, 기업의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현정 HS애드 CXM센터장 mktbridge@hsad.co.kr

○이현정 센터장은…

데이터 분석 및 마케팅 영역 전반에 경험을 가진 전략 컨설턴트다. 빅데이터 네트워크 분석 전문가로 제조·서비스·통신·유통 분야 마케팅 전략 컨설턴트 경력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도 활동했다. 한국경영학회 이사, 기술보증기금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고려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HS애드 CXM(고객경험관리)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온·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정성·정량 데이터에 기반한 컨설팅을 통해 고객 경험의 불만을 발굴, 해결하는 전략 도출 업무를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