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241. 도덕적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한 차등의결권 도입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241. 도덕적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한 차등의결권 도입

차등의결권에 대한 이슈는 지난 몇 년 동안 국내에서 꾸준히 논의됐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때 유니콘 기업에 해당하는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한국이 아닌 외국에 상장되는 것에 대해 '차등의결권' 관련 내용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실제 미국에 상장하면서 1주 1표 의결권을 갖는 A클래스 주식 외에도 1주 29표의 차등의결권을 갖는 B클래스 주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분은 10% 안팎이면서도 실제 의결권 행사는 거의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 대주주의 차등의결권이 공정한 지로 꾸준히 논의됐다.

사실 국내에서는 벤처기업 육성화 전략으로 창업자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진행됐으나 현행 상법상 국내는 1주 1의결권만을 허용한다. 이 의미는 국내 벤처기업이 상장할 경우 차등의결권은 자동 소멸한다. 이에 따라 마켓컬리, 야놀자, 카카오모빌리티 등 여러 기업들은 해외 상장을 고려했을 정도다. 마켓컬리의 경우 같은 업계에 있다 보니 꾸준히 지분을 체크하고 있는데 김슬아 대표의 경우 5.7% 정도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고 외국계 사모펀드 1, 2개가 전체 지분의 50% 이상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의미는 의사결정에서 경영자로서 완벽하게 기업에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기업 전략을 펼쳐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래서 마켓컬리 역시 지난해까지 해외상장을 준비하다가 최근 상장 예비심사청구를 거쳐 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신규상장을 할 때 창업주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얼마 전 메타(옛 페이스북)의 직원을 대규모 해고했을 때, 지난해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후 메타버스에 투자해서 심각한 적자가 났을 때, 연초 대비 80% 가까이 주식이 폭락했을 때 투자자들은 저커버그가 CEO에서 퇴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차등의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CEO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역시도 차등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 등이 차등의결권이 있는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을 기업 철학 측면에서 소유(Ownership)·가치창출(Value Creation)·경영(Management) 관점에서 분석할 때 소유 관점에서 거래비용이론, 경쟁시장이론, 주주중심주의론,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론, 기업실체론 가운데 차등의결권은 주주중심이론과 법인실체론의 중간자적 포지션이다. 차등의결권을 통해 주주의 권리 자체가 차별화되고 경영권이 있는 주주는 주식 수가 적더라도 더 강력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는 주주 이익을 위해 기업이 존재한다는 주주중심주의이론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지만 기업 자체가 생명력이 있다는 기업실체론의 방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 지분이 적더라도 기업의 방향성을 소신있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를 많이 받아서 지분이 희석된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기업의 방향성에 대해 소신 있게 경영할 수 있다. 그래서 차등의결권은 투자자본에 의존하는 주주 중심 이론보다는 소신 있게 일반의결권이 있는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업만을 위한 경영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기업실체론과 조금 더 가까운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가치창출 관점에서는 성과주의(능력주의)와 성과주의 극복방안으로서의 ESG를 기반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차등의결권은 성과주의보다 더 장기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제도다. 이미 언급한 소신 있는 경영과도 연결될 수 있다. 기업의 장기적인 방향성,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는 활동으로 불운한 상황을 선제 극복하는 ESG 활동에서 차등의결권은 비중 있게 작용할 수 있다. 성과주의의 단점은 단기적·수치적 성과에 치우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Social Impact)를 적극적으로 창출해 내고 운에 의존하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ESG 활동에 대해 소신 있는 경영에 대한 방향성에 차등의결권은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 관점에서는 차등의결권을 활용해서 조성된 경영에 대한 권리, 즉 힘을 통제할 수 있는 도덕적 경영철학이 필요하다. 소유 및 가치창출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지만 이를 관리 통제하는 경영자의 도덕적 경영철학이 있어야만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도덕적 신념이 있는 경영자가 차등의결권을 활용할 경우 이 제도가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필자는 차등의결권 도입에는 찬성한다. 제도적으로 장기적·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 단 경영자는 반드시 이를 악용하지 않는, 도덕적 경영철학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