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실감형 콘텐츠 시장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고조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아바타 등 신규 대작 영화가 개봉됐다. 하지만 관객 반응은 기대만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은 영화관 수요를 되살릴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기대했던 영화계 실망감이 큰 상황이다. 이 와중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실감형 콘텐츠 시장이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홀로그램으로 대표되는 실감콘텐츠는 실감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오감을 극대화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다. 최근 백화점 오프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아이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포켓몬스터, 쥬라기공원 등 실감형 콘텐츠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향후 오프라인 콘텐츠 시장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해외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글로벌 IT 기업은 디바이스 개발, 플랫폼 구축, 기술력 확보를 위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부터 대규모 M&A를 통해 투자를 지속해 왔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다. 실제 각사의 M&A 건수를 보면, 2019년 한 해 구글(21개), 애플(14개), 페이스북(13개) 등 다수 회사가 자체 플랫폼 구축과 디바이스 개발을 위해 다양한 회사를 인수합병했다.

애플은 2018년 8월 증강현실 글래스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AR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등 증강현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메타의 경우, 가상·증강현실 전문 기업을 인수하며 HMD 기기와 콘텐츠, 플랫폼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구글은 2016년부터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을 추진하였으나, 최근에는 증강현실 분야에 집중 투자 중이다. 구글은 2014년 카드보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진행하였으며 2016년 구글개발자대회 '구글I/O'에서 가상현실기기용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가상현실 플랫폼(Daydream)을 공개한 상황이다.

실감형 콘텐츠 시장에 대한 관심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EU는 범유럽 차원의 R&D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 'Horizon 2020'을 통해 가상·증강현실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및 독일 등은 국가별 실감콘텐츠 기업 육성과 기술 개발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창의 산업 섹터딜(Creative Industry Sector Deal)을 통해 가상·증강현실 등 몰입형 기술 R&D에 5800만 파운드를 투자하고 가상·증강현실 스타트업 생태계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ICT기초 기술 펀딩 프로그램의 하나로 가상·증강현실 관련 기술을 지목하고, 프라운호퍼 연구소 산하 3개 연구소를 중심으로 몰입형 기술 분야 솔루션 및 기기 개발 등 응용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가상현실 기술을 4단계로 구분, 육성하고 있다. 4단계 구분은 크게 디스플레이, 콘텐츠 제작, 온라인 전송, 렌더링, 감지작용을 초급실감형, 부분 실감형, 심도 실감형, 완전 실감형 단계로 나누어 연차별로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은 저장성, 허베이성, 허난성 등 지방정부을 통해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해 5G 상용화와 연계를 고려한 가상·증강현실 확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외 영상산업 디지털 측면에서도 의료, 교육 분야에 가상·증강현실 기술 육성을 시도 중이다.

이상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세계 주요 국가가 추진하는 콘텐츠 비즈니스는 2D 형태의 전통적인 영상 콘텐츠에서 벗어나 이제 3D의 입체적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등의 여타 감각 기관마저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쥬라기공원 영화가 공전의 흥행을 기록할 때 영화 한편의 부가가치가 자동차 몇 만대를 판매한 수익보다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우리 K-콘텐츠를 보다 부가가가치 높은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실감형 콘텐츠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