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46>새 비즈니스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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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사전은 흔히 변환·변형·변화와 같이 번역한다. 상세한 설명으론 의미나 내용을 바꾸지 않고 데이터의 모양이나 형식을 바꾸는 것 또는 어떤 대상을 확대·축소·회전하거나 다른 좌표계로 바꾸어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설명을 곱씹어 보면 무언가의 본질은 살린 채 달리 나타낸 것이란 뜻이다. 공교롭게 변환·변형·변화의 첫 글자인 '변할 변(變)'자는 말이 실타래 사이에 낀 그 아래 몽둥이 든 손 모습이라 하니 정해진 답이 난망해진 처지에 다시 질서를 세운다는 의미인 듯도 보인다.

요즘 기업 화두 가운데 하나는 트랜스포메이션이다. 하지만 기업에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고통스러운 여정을 완료하고 새 비즈니스를 세운 기업도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사례 가운데 고전이 바로 IBM이다. 1990년대 IBM은 요즘의 구글·트위터·테슬라나 다름없는 최고 기업이었다. 이런 IBM에는 초창기부터 한 가지 믿음 또는 그 믿음의 근거가 된 큰 이프(if), 즉 가정이 있었다.

그것은 '미래 컴퓨터란 엄청난 수의 사용자가 연결되는 강력한 메인프레임 기반의 정보 체계'라는 것이었다. 경제성, 정보 논리, 기술 측면에서도 이런 결론은 합당한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이런 중앙 스테이션과 메인프레임에 기반을 둔 정보 시스템이 실제 구현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그 시점에 두 젊은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로고를 단 개인용컴퓨터(PC)를 가지고 등장한다.

모든 컴퓨터 제조업체는 PC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메모리도 데이터베이스도, 컴퓨팅 능력도 없었다. 모든 컴퓨터 제조업체가 PC는 실패할 운명이라 보았다. 이건 몇 년 전 자기 PC를 최초로 만들었을 때 제록스 자신이 내린 결론이기도 했다.

유니박, 버로즈, 컨트롤 데이터, 지멘스, 히타치, 후지쓰 등 대부분의 메인프레임 제조업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들 업체를 다 합친 것만큼 큰 IBM은 다른 선택을 한다. IBM은 즉시 PC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더 간단한 PC를 설계하기 위해 개발팀을 꾸린다. 그것도 2개 팀을 구성해서 서로를 경쟁시킨다. 그리고 몇 년 후 IBM은 세계 최대의 PC 제조업체이자 업계 표준이 된다.

역사를 통틀어 모든 크고 성공한 기업 대부분은 이런 놀라움에 직면했을 때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기 마련이었다. 요즘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비즈니스 역사에서 이것은 선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변신이었다. 거대 기업의 관료주의·무사안일·오만함을 보는 대신 전례 없는 유연성·민첩성·겸양까지 이 사례는 보여 줬다고 당대 학자들은 평가한다.

1997년 85세의 노학자 피터 드러커는 유명 경영지에 칼럼을 하나 쓴다. 이 가정이 무너지고 더 이상 현실이 아님에도 붙들고 있다면 기업은 뭔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 잘못된 가정에 매몰된 탓에 실패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쩌면 트랜스포메이션도 마찬가지다. 단지 뭔가를 바꾸는 시도나 노력이 아니라 다시 답을 찾는 것임을 말한다. 새 답을 찾으려면 새 가정 위에서 자기 자신을 세우는 것, 이것이 드러커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변(變) 아니겠나 싶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