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핀테크, 2022년과 2023년

[핀테크 칼럼]핀테크, 2022년과 2023년

다사다난한 2022년이 저물고 있다. 올 한 해 핀테크업계의 의미 있는 성과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시장에선 올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딘 마이데이터사업을 첫손에 꼽는다. 마이데이터사업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금융권 최초의 융합 신산업이다. 다양한 업계 간 이해 상충과 데이터 제공 범위 이슈 등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마이데이터의 성공적인 인프라 구축은 높은 점수를 충분히 받을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11월 기준 마이데이터 사업자 수는 연초 33개에서 52개로 약 50% 늘었다. 누적 가입자 수도 5480만명으로 연초 대비 3.9배나 급증했다. 다양하고 편리한 융합서비스 제공으로 마이데이터 이용자 가운데 70% 이상이 긍정적인 응답을 줬다. 또 마이데이터 브랜드 평판은 1위 KB국민은행, 2위 신한은행, 3위 신한카드 순이었지만 앱 고객 확보 순위는 10월 기준 토스·KB국민은행·카카오뱅크로 자리가 바뀌었다. 일단 핀테크·빅테크가 시장 선점에서 앞서고 있단 얘기다.

둘째 대환대출이다. 대환대출은 한마디로 '대출 갈아타기'다. A금융사에서 B금융사로 대출 업체를 바꾸는 것이다. 금융사 간 과당경쟁, 수수료 분쟁 등 잡음도 있지만 워낙 고금리시대여서 급성장한 서비스다. 핀다에 따르면 대환대출 수요는 3월 96억원에서 9월 1080억원으로 반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고금리 스트레스에 따른 관심도가 높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주택담보대출은 모집인 수수료 비용이나 중개사 제휴 수수료 부담이 없는 인터넷뱅크, 신용대출은 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 은행 등 1금융권으로 각각 갈아타는 대환대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대환대출 수요 증가는 대출비교플랫폼 성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토스·카카오페이·핀다에 이어 네이버파이낸셜도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간 대출이동시스템을 통한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대출비교와 대환대출의 원스톱 플랫폼이 출현할 거란 기대감을 높여 주는 대목이다.

조각투자 급부상도 시장에서 반향이 컸다. 뮤직카우의 저작권 참여청구권에 대한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음원, 미술품·명품은 물론 부동산 매매 등으로까지 대상 자산 범위가 확대됐다. 특히 조각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가상자산 증권성의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핀테크혁신 지원정책을 지속해 온 금융 당국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7월에 금융 규제혁신 회의체를 발족하면서 금융이 디지털전환을 선도하고 금융산업에서 '금융 BTS'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다섯 차례의 규제혁신회의를 통해 핀테크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과 창업활성화 등 방안을 마련해 왔다. 특히 핀테크혁신펀드를 1조원으로 늘리고, 기업별 전담책임자 지정과 초기기업에 대한 인력 공급 및 글로벌 지원체계 마련 등은 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2023년은 어떨까. 새해 금융 여건도 금리 고공행진, 유동성 위축 등의 예상이 많아 핀테크업계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게 대다수 시장 의견이다. 혹한기의 냉엄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인 만큼 핀테크기업으로선 수익모델, 자금조달, 인력관리전략 마련이 특히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수 있는 수익모델 확보는 물론 경우에 따라선 가격을 낮추고 기존 투자자들을 설득해서라도 자금을 적극 조달해야 하고, 스케일링업 단계의 핀테크업체는 우수 인력의 유지·확보에도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에 바람이 있다면 2022년에 발표한 핀테크지원책의 신속한 구체화이다. 특히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P2P와 인슈어테크업계 입장에선 이미 발표한 자금조달지원책 외 P2P 투자위험 완화를 위한 '자동분산투자', 인슈어테크의 '보험비교추천 플랫폼의 현실화' 방안 등의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