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베트남·튀르키예 신생 전기차 美 대륙 진출...현대차 추격자 될까

베트남·튀르키예 신생 전기차 브랜드가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자국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받는 이들은 저가격·고품질을 앞세운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진 전기차 시장에 도전한다.

CES 2023 빈패스트 부스에 전시된 주력 전기차 VF8. 라스베이거스(미국)=이동근 기자
CES 2023 빈패스트 부스에 전시된 주력 전기차 VF8. 라스베이거스(미국)=이동근 기자

베트남 '빈패스트(Vinfast)'와 튀르키예 '토그(Togg)'는 CES 2023에 참가해 미국 전기차 시장 진출 게획을 밝혔다. 현대차가 CES에 불참한 사이 양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 한가운데 대규모 부스를 꾸렸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이 설립한 첫 완성차 제조사다. 내수 규모가 적은 국가에서 수출 중심 전략으로 글로벌 5대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차를 롤 모델 삼았다. 빈패스트는 스쿠터 제조를 시작으로 100%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했다. 자국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미국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2024년 공장을 완공한다. 올해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나스닥 상장까지 추진한다. 2028년 글로벌 판매 목표는 100만대다.

CES 2023 빈패스트 부스에서 참관객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동근 기자
CES 2023 빈패스트 부스에서 참관객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동근 기자

레 티 투 투이 빈패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999대의 VF8이 미국에 도착한 데 이어 오는 3월 VF6와 VF7의 사전 예약을 시작한다”면서 “캘리포니아주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열고 다른 주로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빈패스트는 VF8과 VF9를 비롯해 미국 내 예약을 앞둔 신차 VF6, VF7를 공개했다. 주행거리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400~600㎞로 예상된다. 테슬라처럼 운전석 계기판 대신 중앙에 커다란 터치스크린을 탑재했다. 인공지능(AI) 음성명령을 지원하는 최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갖췄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충돌 평가에서 최고점인 별 다섯을 받았다.

참관객이 붐비는 CES 2023 빈패스트 부스 모습. 라스베이거스(미국)=이동근 기자
참관객이 붐비는 CES 2023 빈패스트 부스 모습. 라스베이거스(미국)=이동근 기자

배터리를 제외한 미국 내 판매 가격은 VF8 4만700달러부터, V9 5만5500달러부터다. VF8 기준으로 테슬라 모델Y 기본형(6만5990달러)보다 40%가량 저렴하고 현대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 기본형(4만6795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빈패스트는 월 100달러대의 별도 이용료를 받는 배터리 리스 방식을 도입해 높여 실구매가를 낮추겠단 전략을 세웠다.

CES 2023 토그 부스 모습. 라스베이거스(미국)=정치연 기자
CES 2023 토그 부스 모습. 라스베이거스(미국)=정치연 기자
토그가 개발한 첫 전기차 C-SUV.
토그가 개발한 첫 전기차 C-SUV.

토그는 '디지털 모빌리티 가든'을 주제로 초대형 LED 스크린을 배치한 부스를 마련하고 올해 양산을 앞둔 첫 신차 'C SUV'의 테스트 모습을 상영했다. 구르칸 카라카스 토그 CEO는 “2월부터 온라인으로 C SUV 예약을 시작하며 1분기 중 첫 차량을 인도하겠다”면서 “이후 전 세계로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그는 튀르키예 기업인 안돌루그룹, BMC 튀르키예 등 5개사가 주주로 참여한 첫 완성차 제조사다. 튀르키예는 현대차와 포드, 르노 등 14개사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양산 능력을 보유했다. C SUV는 전용 전기차로 한 번 충전해 500㎞를 달릴 수 있다. 세부 가격은 예약 시점에 공개하며 향후 자국산 부품 비중 60% 이상 높여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참관객들이 붐비는 CES 2023 토그 부스 모습. 라스베이거스(미국)=정치연 기자
참관객들이 붐비는 CES 2023 토그 부스 모습. 라스베이거스(미국)=정치연 기자

빈패스트와 토그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 현대차 등 전통 완성차 기업의 강력한 추격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메이저 부품사와 제휴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데다 저렴한 인건비로 원가 경쟁력이 높다.

국내 전장부품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에서 신생 전기차 기업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무엇보다 미국 공장에서 현지 생산하면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