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3'에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매년 초에 열리는 CES는 가전과 정보통신(IT) 분야를 넘어 모든 분야 혁신 기술과 기업이 총출동하는 자리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열렸다. 세계 174개국에서 33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여러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까지 무려 55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단순히 참가기업 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가장 혁신적인 기업과 기술을 선정해 시상하는 'CES 혁신상' 620여개 중 한국 기업이 139개를 수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이 혁신을 선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헬스케어나 건강 관련 서비스는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서비스할 수 없다.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비롯한 로봇 서비스도 각종 규제로 상용화에 제약이 많다.
문제는 언제 규제 해소가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기득권 반발에 부딪쳐 정부나 국회의 규제해소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매번 선거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규제 패러다임 전환은 선거가 끝나면 조용해진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더 이상 혁신을 이끄는 한국은 기대하기 어렵다. 혁신 스타트업과 도전정신을 가진 창업가들이 한국을 떠날 것이다.
엄청난 속도로 진화·발전하는 기술 시장에서 정해진 것만 해야 하는 '포지티브 규제'는 한계가 있다. 규제가 기술 발전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금지된 것만 제외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