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글로벌 M&A 시장 큰손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인수합병(M&A)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LG화학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연초 대형 M&A를 마무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도 올해 투자 집행을 예고했다.

LG화학은 지난 20일 나스닥 상장사인 미국 항암신약 개발기업 아베오파마슈티컬스 인수를 완료했다. 지난해 10월 회사 설립 후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000억원을 투자해 아베오 인수를 결정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 보유 기업을 직접 인수한 첫 사례다.

신학철 부회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마이클 베일리 아베오 대표 등 양사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제공]
신학철 부회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마이클 베일리 아베오 대표 등 양사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제공]

코로나19 진단키트 특수로 외형을 키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하면서 M&A 시장 큰 손으로 부상했다. 역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M&A다. 앞서 브라질 진단기업 에코 디아그노스티카, 독일 체외진단 유통회사 베스트비온, 이탈리아 체외진단 유통회사 리랩도 인수했다. 추가 M&A도 검토 중이다. 오너 2세 조혜임 전무가 이달 열린 CES 2023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기업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약 2000억원에 인수하며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진출했다. SK팜테코는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하고, 미국 CGT CDMO인 CBM에 3억5000만달러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BMS로부터 인수한 시러큐스 공장 전경 (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BMS로부터 인수한 시러큐스 공장 전경 (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전통 제약사도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M&A에 뛰어들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37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바이오 기업 뉴로보파마슈티컬스 지분 65.5%를 확보했고, 유한양행은 미국 자회사 유한USA를 미국 헬스케어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 5AM벤처스에 전략적투자자(SI)로 합류해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M&A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분 투자나 M&A 등 외부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인오가닉 전략 일환으로 미국과 유럽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올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과 CGT 분야에서 각각 최소 1곳 이상 M&A가 목표라고 밝혔다.

VC 업계 관계자는 “2026년을 전후로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줄어드는 매출을 상쇄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빅파마들이 M&A를 통한 파이프라인 재편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대기업도 투자 위축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바이오텍 인수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