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기 출연연 기관장 임기 만료 계속 이어져...선임 '시급'

기초과학연·화학연 등 원장 임기 끝나
내달 표준연·생기연 원장도 만료 앞둬
후임 추진계획조차 없어 경영 빈틈 우려
NST "최대한 빠르게 선임" 입장 밝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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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수장 선임 지연이 계속되고 있다. 설 명절 연휴가 끝난 이번 주부터 일부 기관장 선임 절차가 속개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미 기관장 본래 임기를 마친 기관이 늘고 있고 내달에만 2곳이 추가된다. 이런 가운데 몇몇 기관은 선임 과정에 추가 셈법이 적용돼 언제쯤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상황 예측이 어렵다.

25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등에 따르면 현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이 본래 임기를 다 했다지만 후임 인사는 오리무중이다.

이미혜 화학연 원장은 지난해 11월, 김종남 에너지연 원장은 지난달이 임기 만료 시점이었다. 신형식 기초지원연 원장은 무려 9개월 전인 지난해 4월 말 임기가 끝났어야 했다. 이들 원장은 다음 원장 선임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문제는 이들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달에만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이 임기 만료된다. 박상진 한국기계연구원장도 4월 임기를 마친다.

새로운 원장을 찾는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화학연만 진척을 보인다. 심사위원회를 거쳐 이달 중 후보자 3배수 도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기관 원장 선임 절차는 감감무소식이다. 특히 절차 이행이 시급한 기초지원연, 에너지연 원장 선임은 그 시작점인 원장 선임 추진계획안 도출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새로운 기관장 선임이 늦어지면 기관에 좋을 리 없다. 현 원장 임기가 자동으로 연장돼도 굵직한 주요결정은 원장 스스로 피하게 된다. 기관 운영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조속한 기관장 선임이 필요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일례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3월 각각 김명준·박원석 전 원장이 본래 임기를 마쳤는데, 지난달에야 겨우 새로운 기관장을 받았다.

김명준·박원석 전 원장은 재임시 기관평가 '우수 등급'을 받아 연임 가능성이 열린 상태였다. 연임 여부를 따져 끝내 부결되고, 후임자를 찾는데 8개월여가 소요됐다. 정권 교체기에 기관장 임기 만료를 맞았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긴 시간이다. 앞으로 있을 다른 기관장 선임 절차도 늘어지지 않을 보장은 없다.

몇몇 기관 수장 선임에는 추가 변수도 작용한다. 새로운 기초지원연 기관장 선임은 본래대로라면 ETRI·원자력연과 함께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3배수 후보자를 도출해 NST 이사회에 선임 안건을 올렸지만, 끝내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했다.

기존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새 유망 인재를 찾는 것이 최선이지만 제한된 인재풀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공모에 참여했던 후보자들도 재차 도전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향후 기관장 선임 절차 속행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알기 어렵다.

표준연의 경우 지난해 ETRI·원자력연과 마찬가지로 기관평가 우수 등급을 받아, 현 기관장 연임 여부를 우선 따져야 한다는 게 변수다. 연임이 결정된다면 빠르게 기관 리더십을 바로 세울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나올 수도 있다.

대덕 특구, 연구계에서는 예상이 엇갈린다. 먼저 ETRI·원자력연에 이어 재차 연임이 부결시켜 굳이 연구계 반발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그럼에도 정권 코드에 맞는 새 인사를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NST는 어떤 결과가 나오건 최대한 빨리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NST 관계자는 “화학연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기관장 선임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