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기업참여제한 공방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변재일의원실 주최로 열린 공공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 10년, 성과와 과제는? 토론회 모습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변재일의원실 주최로 열린 공공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 10년, 성과와 과제는? 토론회 모습

공공 소프트웨어(SW) 대기업참여제한(중소소프트웨어사업자의 사업 참여 지원)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21년 국무총리 주재 규제챌린지 1차 과제에 포함된 후 2년이 채 안 된 시점이다.

당시 대기업참여제한 제도가 규제인지, 개선이 필요한지 등 여부를 논의했다면 이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를 ICT 분야 규제혁신 과제로 확정했다.

폐지 또는 개선 가운데 한 가지는 추진될 공산이 높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가 '규제혁신'인 점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단 제도 운영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도 폐지·개선에 부정적이어서 폐지보다는 보완에 무게가 실려 있다.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는 20년 가까이 변화를 겪었다. 정부는 2004년 공공 SW사업 사업금액 하한액을 설정,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다. 2013년에는 금액과 관계없이 대기업 참여를 전면 제한(국가안보 관련 사업 제외)했다. 2015년 신기술 분야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했고, 2020년에는 대기업 참여 분야를 확대했다.

어떤 변화에서든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중견기업 사이에서는 신기술 분야 예외 조항 도입 이후 대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 SW사업에 참여한다는 불만이 커졌다. 이들은 발주처가 예외 신청을 한 사업 절반 가깝게 대기업 참여가 허용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은 중견기업 영업이익률이 1~2%에 불과한 것은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폐지를 주장했다. 해외 어디에서도 이 같은 규제는 사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중견기업보다 대기업과 일을 하는 게 낫다는 쪽과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뉜다. 공공기관(발주처) 가운데에서는 대형 사업이 많은 기관 위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과기정통부는 여러 차례 제도를 개선한 만큼 지금 당장 제도 폐지·개선보다는 장기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외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이 없어서 해외와 국내 규제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발주처, 과기정통부는 같은 사안·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철저히 자기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논란이 단번에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해결 방법은 하나뿐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판단할 객관적 근거, 이를 위한 통계자료다. 대기업이 공공사업에서 전면 발을 뗀 2015년 이후 약 8년 동안의 제도 영향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 제도가 중견·중소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국내 SW 산업 발전에 기여했는지는 다방면에서 심층 조사할 필요가 있다.

6개월 정도만 투자하면 조사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생각이다. 제대로 된 통계자료 없이 제도의 폐지·개선 논의는 의미가 없다. 제도를 바꾼다 하더라도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개선안이 나오기 어렵다.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논의하거나 폐지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규제 같으니 개선하자' '좋은 제도니 유지하자'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 곤란하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