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케어' 국내법 고무줄 적용...우리 정부는 수수방관

애플 명동
애플 명동

애플이 보험상품이 아니라 '서비스 상품'이라는 근거를 기반으로 '애플케어 플러스'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면서도 보험사기를 경고하고 나서 논란이다. 애플케어 플러스는 보증기간을 연장해 주는 '애플케어'와 소비자 과실로 인한 기기 파손 등 우발적 손해(ADH)를 보상해 주는 '애플 모바일 기기 보험'(AIG 단체보험)이 결합된 상품이다.

애플은 그동안 해당 상품은 보험상품이 아니라며 국내법상 면제해야 할 부가가치세(VAT)를 적용해 왔다. 반면에 애플과 제휴해서 구독형 애플케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는 보험료를 서비스 요금과 분리해 'VAT 제외'를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동일한 구조의 상품이지만 이용자에 대한 과세가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셈이다.

애플은 최근 기기 고의 파손은 보험사기로 볼 수 있다는 약관을 추가했다. 애플은 국회의 잇따른 문제 제기에도 수년째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감독기관의 소극적 행정 탓에 혼선이 야기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우리 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양상이다.

애플케어 플러스 이용 약관에 새롭게 추가된 보험 청구 시 속임수, 사기 및 부정 사용 조항
애플케어 플러스 이용 약관에 새롭게 추가된 보험 청구 시 속임수, 사기 및 부정 사용 조항

AIG가 애플 기기 이용자 커뮤니티 아사모 운영진에 발송한 공문.
AIG가 애플 기기 이용자 커뮤니티 아사모 운영진에 발송한 공문.

애플은 지난 18일부터 애플케어 플러스 약관에 '보험 청구 시 속임수, 사기 및 부정 사용' 조항을 새롭게 추가했다. 애플케어 담당 보험사인 AIG는 아사모 등 애플 기기 이용자 커뮤니티 운영진에 '제품을 고의 파손한 뒤 보험을 청구한 것이 적발되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애플은 2019년 11월 본지 보도 이후 애플케어 플러스 상품 페이지에서 적용 요율로 보험료세가 포함된다는 문구를 슬그머니 삭제했다.
애플은 2019년 11월 본지 보도 이후 애플케어 플러스 상품 페이지에서 적용 요율로 보험료세가 포함된다는 문구를 슬그머니 삭제했다.

애플케어 플러스는 기기 보증기간을 연장해 주고 소비자 과실로 인한 파손을 보상하는 보험성 상품 성격이 짙다.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26조는 '보험상품'을 부가세 면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애플케어 플러스에 부가세를 적용해서 판매한다. 보험상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2019년 11월 본지가 부가가치세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자 주문 페이지에서 '적용 요율로 보험료세가 포함됩니다'는 문구만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본지 2019년 11월 14일자 1면 참조

이후 국정감사에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애플케어 플러스 부가세 부과 문제를 지적하자 애플은 국세청 법령해석을 통해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험 상품이 아니라 보증기간 연장,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 상품'이라는 주장이었다.

SK텔레콤이 보험사 및 애플코리아와 제휴해 판매 중인 T아이폰케어. 단말 분실/파손보상을 위한 보험료는 VAT면세를 명시했다.
SK텔레콤이 보험사 및 애플코리아와 제휴해 판매 중인 T아이폰케어. 단말 분실/파손보상을 위한 보험료는 VAT면세를 명시했다.

문제는 정부 당국의 소극적 행정이다. 과거 KT가 단말기 보험 가입자 988만명에게 부가세를 환급할 당시 유권해석을 내린 금융위원회도 애플케어 플러스에 대해서는 애플 측의 요청이 있어야만 유권해석이 가능하다며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애플이 공식적으로 유권해석을 요청한 부분이 아니어서 따로 보고 있지 않다”면서 “부가세 환급 대상 여부는 과세당국과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