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디지털 모범국가로 가는 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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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디지털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다. 디지털로 국제사회가 지닌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높이자는 '뉴욕 구상'을 시작으로 G20, 다보스 포럼 등 주요 행사때마다 한국의 디지털 성공경험과 제안을 알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시민의 디지털 기본권을 확대하자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제안, 세계 지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과기정통부도 주요 국제 행사를 통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확산을 주요 업무 목표로 설정할 정도로 디지털은 정부의 최대 화두가 됐다.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이하 디지털 전략)을 마련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글로벌 의제와 관련, 가장 훌륭한 포인트를 잡았다. 디지털 전략은 6G·양자 등 디지털기술력 확보와 함께 디지털 권리장전을 통한 디지털 보편권 확대,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 등이 핵심이다. 제대로 실현한다면, 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성공 모델을 세계 시장에 확산하는 모범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전략은 한마디로 한국이 더 이상 디지털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정부의 자신감은 충만하다. 역대 대통령이 정보통신기술(ICT) 의제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알린 적이 없었다. 디지털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 내세우기에 가장 좋은 아이템이다. 세계가 한국을 가장 주목하는 분야가 경제성장 신화와 한류, 디지털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은 한국이 글로벌 의제를 주도하는 데에 가장 적합한 분야다.

다만, 정부가 디지털 전략을 확산하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부분이 있다. '디지털 공정성' 확보다. 구글·애플·넷플릭스 등 빅테크 공룡이 세계 디지털 시장을 주도하면서 불공정 문제도 그만큼 커졌다.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거나, 통신사에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공짜'로 망을 이용하겠다고 해 세계 곳곳에서 분쟁을 유발한다.

한국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세계최초로 제안하고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디지털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해법을 세계시장에 가장 먼저 제시했다. 실제 세계 정책당국은 한국의 디지털 성공스토리 만큼이나 시장 문제를 적기에 해결하는 규제 솔루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한국을 따라한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미국의 인터넷 공정(FAIR) 기여법과 유럽연합의 연결인프라법에 직접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23에도 한국의 정책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임혜숙 전 장관에 이어 2년 연속으로 MWC 정부 프로그램 첫번째 키노트 연사로 나선다. 세계 주요 정부 관계자들은 디지털 성공사례 만큼이나, 한국에서는 통신사업자와 거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에 분쟁이 어떻게 진행됐고, 어떤 해결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과기정통부는 망 이용대가 문제에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불확실한 경제·안보 상황속에 최대 우방국인 미국과의 관계 등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 정부에 은근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다. 이미 구글·넷플릭스 본진인 미국에서도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유럽연합에서도 관련 법안 제정이 임박했다.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공정성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퍼스트 무버'다. 정부가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글로벌 디지털 공정성 논의를 주도했으면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