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가품과의 전쟁'

젠테, 전용 물류센터 확장 오픈
젠테, 전용 물류센터 확장 오픈

명품 플랫폼이 '가품과의 전쟁'에 나선다. 상품 이력은 물론 입점 업체, 물류 체계 등 관리 강화로 모조품(가품)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모조품 판매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만큼 국내 플랫폼도 모조품 문제에 더욱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세계 최대 e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서 이뤄진 모조품 판매에 대해 유통사인 아마존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일반 소비자는 개별 판매자가 아닌 플랫폼을 신뢰하고 물건을 구입한다는 이유에서다. 모조품 판매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나온 만큼 앞으로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움직임이다.

젠테는 올해 하반기 중 이탈리아 현지에 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해외 물류 과정을 직접 관리해서 검수 역량을 강화하고 배송 효율성까지 제고하겠다는 의도다. 현지 물류센터는 일차 검수 과정을 담당한다. 국내 인력과 현지에서 고용한 전문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국내 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했다. 경기 하남에 4959㎡(약 1500평) 규모로 조성된 물류센터는 젠테 전 상품에 대한 검수와 배송이 이뤄지는 물류 허브다. 젠테는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제품 배송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확보한 약 10만개의 검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카테고리·소재별 검수 가이드를 구축했다.

발란은 이달부터 사전 검수 기준을 대폭 강화한 '발란 케어 플러스'를 실시하고 있다. 발란은 △정품·품질 인증 여부 △회사 규모·운영상태 △취급 브랜드, 상품 매력도 등 3개 부문에서 강화된 기준을 마련했다. 입점 파트너사는 모든 상품에 대해 브랜드 본사 또는 브랜드 공식 인증 파트너 등에서 구매했다는 증빙 자료를 갖춰야 한다. 물류 대행사를 거칠 경우 구매처, 물류대행사를 거쳐 고객에게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증빙하는 자료도 요구할 계획이다.

무신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엄격한 상품 검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정품 인증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상품에 부착된 택, 케어라벨 등이 훼손돼 있을 경우 판매를 중단한다.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함께 해외명품에 대한 전수 검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모조품 대란 이후 검수 역량은 명품 플랫폼 경쟁력의 척도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업계는 수익성을 높여 자생력을 기르고 있다. 검수 역량을 길러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입점 판매자에 대한 검증이나 명확한 기준이 없어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고객 경험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해외 판례를 기점으로 향후 중개 사업자의 책임이 강화되면 고객 입장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