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대, 로봇·이차전지 등 9600여명 졸업…취업률 78.1%, DX 견인

이재호씨가 한국폴리텍대학 로봇캠퍼스 재학 중 박람회에 참여해 딸기 재배 로봇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호씨가 한국폴리텍대학 로봇캠퍼스 재학 중 박람회에 참여해 딸기 재배 로봇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이 8일 전국 35개 캠퍼스에서 졸업생 9600여명을 배출했다. 수준별 인공지능(AI) 교육을 이수하고 로봇프로그래밍·이차전지융합·융합산업설비·데이터융합SW·증강현실시스템 등을 전공, 디지털 전환 시대 역량을 갖춰 사회에 진출했다.

2022년 대학정보 공시에 따르면 2년제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폴리텍 27개 캠퍼스의 평균 취업률은 78.1%였다. 일반대학(64.1%)과 전문대(71.0%)에 앞선다.

특히 이날 1기 졸업생을 배출한 로봇캠퍼스 취업률은 89.8%로 집계됐다. 졸업생들은 현대로보틱스, 두림야스카와 등 로봇산업 유망 기업으로 진출했다.

이재호(26·남)씨는 4년제 대학 식품공학과에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껴 학업을 중단했다. 이 씨는 섬유, 금속 공장 등에서 4년간 생산직으로 일하다 로봇캠퍼스에 입학했다. 그는 근무하던 현장에 자동화 생산설비가 도입되는 걸 보고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기술을 익혀 전망 있는 일자리를 찾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 씨는 로봇전자과에서 로봇 프로그래밍, 로봇용 전기전자 장치 개발, 협동로봇 운용 등을 익혔다. 로봇 특성화 대학에서 로봇 전반을 제대로 배워 졸업한 후, 현재 생산자동화 전문기업 삼익티에이치케이에서 로봇 솔루션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포항캠퍼스 이차전지융합과에서도 첫 졸업생이 나왔다. 이차전지융합과는 청년층 대상 신산업·신기술 직종 고급 직업훈련과정이다. 작년 3월 8대 1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22명 모두 중도 탈락 없이 10개월 과정을 마쳤고, 19명(86.4%)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상권씨가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 재학 중 반도체 쿼츠웨어 생산에 필요한 수소 용접 실습을 하고 있다.
이상권씨가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 재학 중 반도체 쿼츠웨어 생산에 필요한 수소 용접 실습을 하고 있다.

국사학을 전공한 이상권(29·남) 씨는 문화재를 발굴하던 손으로 용접봉을 잡았다. 1년간 문화재 연구보조원으로 경주 유적 발굴조사 현장을 누볐지만, 계속 전공을 살려 일하기엔 취업 시장이 좁았다. 이 씨는 “청년 기술 인력이 부족한 뿌리산업 분야가 일자리 '금맥' 같았다”라며 포항캠퍼스 입학 배경을 설명했다.

이 씨는 융합산업설비과에서 원익큐엔씨 맞춤형 교육훈련을 받고 반도체 쿼츠웨어 생산에 필요한 용접 기술을 익혔다. 1년 과정을 마치면서 용접기능사 국가기술자격도 취득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쿼츠 용접기술자로 새 출발했다. 이 씨는 “수소와 산소에 불을 붙여 3000℃에 달하는 열로 쿼츠웨어 부품을 접합하는데 수작업만 가능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라며 “문화재를 다루던 꼼꼼함이 강점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장학생에 선정돼 국제무역학 석사 학위를 받은 김유신씨는 폴리텍 신기술 직업훈련을 통해 금융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업에 성공했다.
중국 정부 장학생에 선정돼 국제무역학 석사 학위를 받은 김유신씨는 폴리텍 신기술 직업훈련을 통해 금융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업에 성공했다.

김유신(29·남) 씨는 중국 정부장학생으로 선발돼 광동외국어무역대학에서 국제무역학 석사를 마쳤다. 싱가포르계 회사 재무팀에서 근무하다 금융 정보기술(IT) 산업 발전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3월 분당융합기술교육원 데이터융합SW과에 입학했다.

김 씨는 “폴리텍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해 석사 논문에서 다뤘던 내용을 프로그래밍한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그는 수출입 데이터를 크롤링(Crawling)해 각종 지수를 산출하여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김 씨는 현재 뱅크웨어글로벌에서 금융 소프트웨어(SW)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10개월 교육과정에서 배운 대부분을 현업에서 그대로 사용 중”이라며, 자바(Java), 스프링(Spring), 에스큐엘(SQL) 등 폴리텍에서 실습한 기술교과가 업무 능력의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화장품 소재 연구원으로 일하던 김민선씨는 한국폴리텍대학에서 10개월 기술교육을 받고 게임 개발자로 진로를 전환했다.
화장품 소재 연구원으로 일하던 김민선씨는 한국폴리텍대학에서 10개월 기술교육을 받고 게임 개발자로 진로를 전환했다.

김민선(26·여) 씨는 화학 전공을 살려 화장품 소재 연구원으로 일하다 광명융합기술교육원 증강현실시스템과에 입학했다. 웹 개발자인 동생의 영향을 받아서다. 화장품 소재 분야는 직접적인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반면, 프로그램 개발은 “논리적 흐름대로 코드를 짜고 구현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라고 했다.

김 씨는 게임 개발에 필수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와 게임 엔진, 콘텐츠 제작 기술 등을 익히고 각종 게임을 제작해 앱 마켓에 배포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갔다. 구글 플레이에서 그가 제작한 게임의 시장성을 높게 평가해 광고를 제의하기도 했다.

김 씨는 현재 테이크원컴퍼니에서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자로 근무 중이다. 사용자가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다양한 동작과 기능을 구현하는 일이다. 그는 여러 개발자와 협업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팀원들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빠른 현장 적응에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폴리텍은 산업과 일자리 동향에 맞는 기술교육으로 취업 적중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바이오, 그린에너지, AI·디지털, 미래모빌리티를 5대 중점산업으로 선정하고, 학과 신설·개편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올해 반도체(10개), 저탄소(5개), 인공지능융합 'AI+x'(5개) 분야 학과 신설에 착수한다. 또 뿌리산업 분야 학과 고도화 등 17개과 개편 작업에 들어간다.

조재희 이사장은 “올해 졸업생들이 수준별 AI 교육을 이수하고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역량을 갖춰 사회로 진출한다”라며, “폴리텍을 넘어 산업현장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도전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