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마이크로 OLED' 낙점

파일럿 생산 준비…하반기 전망
퀄컴·구글 협력 XR폼팩터 탑재
애플 차세대 제품에 공급 가능성

삼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낙점했다. 마이크로 OLED란 1인치 안팎의 작은 크기에 초고해상도를 구현한 디스플레이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 등 확장현실(XR) 기기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유기물 기반 마이크로 OLED 생산 라인을 준비, 관련 장비를 발주했다.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초기 단계인 만큼 첫 라인은 소량 생산하는 '파일럿' 수준으로 예상된다. 가동은 장비 반입 일정을 고려할 때 하반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했다.<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했다.<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7일 삼성디스플레이를 찾아 “끊임없는 혁신과 선제 투자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기르자”고 말했다. '미래 핵심 기술' 확보를 강조한 것으로, 업계는 마이크로 OLED를 핵심 가운데 하나로 본다.

마이크로 OLED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적색·청색·녹색(RGB) 유기물을 증착해서 만든 디스플레이다. 반도체 공정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작은 패널 위에 더 많은 화소(픽셀)를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수백 PPI(화소밀도)에 그치는 반면에 마이크로 OLED는 수천 PPI를 갖출 수 있다. 작은 크기에도 초고해상도를 지원한다는 의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주선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마이크로 OLED 상용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OLED는 픽셀 크기가 수십 마이크로미터(㎛)로 작고 미세해서 반도체 공정이 필수인데 최주선 사장이 반도체 전문가로서 강한 개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연구소 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드는 마이크로 OLED는 삼성전자·퀄컴·구글이 만드는 XR 기기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 사업부장(사장)은 이달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에서 “퀄컴·구글과 협력해 차세대 XR 폼팩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깜짝 발표했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함께한 자리였다. 메타에 이어 애플이 XR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구글·퀄컴이 동맹을 맺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메타, 애플, 삼성 등 XR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마이크로 OLED를 차세대 제품으로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체험존에서 갤럭시 S23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체험존에서 갤럭시 S23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의 마이크로 OLED는 애플 공급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플은 첫 번째 XR 기기에 소니 마이크로 OLED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 번째 제품부터는 대량 생산과 수급 다변화를 위해 복수 업체에서 패널을 조달할 계획이다. 애플의 이 프로젝트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