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혁신 단상] 〈4〉 생산성 높이는 설계와 시공

[건설혁신 단상] 〈4〉 생산성 높이는 설계와 시공

건설기능 인력의 고령화, 숙련공 부족, 외국인력 비중 과대는 오래된 문제다. 건설 근로자 4명 가운데 1명이 60대인 데 비해 20대는 6.6%에 불과하다. 300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답변자의 43%가 숙련기능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필자는 지난해 시공 순위 10위권 건설업체의 외국인 근로자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업체 55개 현장에 출역하는 하루 평균 5000~6000명 근로자의 약 30%가 외국인 근로자였다. 이러한 기능인력 문제의 결과는 어떠한가. 먼저 안전 문제를 살펴보자. 2021년 산업재해 통계자료를 보면 건설업에서 60대 이상 근로자에 발생한 재해가 차지하는 비중이 43%를 차지했다. 고령화가 재해 발생을 높이는 주원인이라 판단할 수 있다. 다음은 품질 문제다.

1000명의 건설근로자를 대상으로 한국인 대비 외국인 근로자의 기능 수준을 물어본 결과, 60~70% 수준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숙련도가 낮은 외국인 근로자 증가와 한국인 숙련공 부족은 시설물 품질 저하의 근본 원인이 된다. 2021년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아파트 하자 건수는 6000건이 넘는다. 이런 안전과 품질 문제는 결국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건설업의 부가가치 기준 노동생산성 지수는 2011년에서 2021년에 104.1에서 94.5로 감소했다.(2015년 100 기준) 생산성이 낮은 산업의 미래는 어둡다.

2022년 5월 발표된 경제활동인구조사(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 첫 일자리로 건설업에 취업한 청년은 3.9%로 농림어업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청년이 선호하지 않는 일자리란 의미인데, 젊고 좋은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생산성이 높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래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날 수 없다.

근본 대책은 무엇일까. 인력 수요는 그대로 두고 공급을 늘리는 방안은 이미 한계에 부닥쳤고,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은 요원한 얘기다. 수요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장 기능인력 수요를 원천적으로 줄이면서 품질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그래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그런 설계와 시공을 유도하는 것이다.

100명 소요되던 기능인력을 50명으로 줄일 수 있다면? 일단 노동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단순히 2배가 되지는 않겠지만, 분명 향상될 것이다. 또한 안전사고의 발생 확률까지 줄일 수는 없더라도, 모수가 줄어드니 인적 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분명히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표준화와 사전제작 등을 통해 현장에서의 품질 저하 가능성을 방지하도록 유도한다면 품질 문제도 해결된다. 어떻게 가능할까?

싱가포르의 예에서 우리의 방향성을 찾아보도록 하자. 싱가포르 정부는 2001년부터 Buildability Design Score(B-Score)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오고 있고, 2011년부터는 Constructability Score(C-Score)라는 개념도 적용하고 있다. B-Score는 설계 단계에서 현장 기능인력에 의한 작업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설계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①구조시스템 ②벽시스템 ③DfMA(Design for Manufacture and Assembly) 기술 적용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점수를 매길 때 Labor Saving Index(LSI, 0~1)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예를들어 모든 구조부재가 프리캐스트콘크리트로 된 구조시스템이면 LSI=1, 슬래브에만 프리캐스트콘크리트를 적용했다면 LSI=0.7을 주고, 여기에 해당 바닥면적의 비를 곱하는 방식이다. 생산성 향상 설계요소에 가점을 주기도 한다. 예를들어, 동일 층고가 반복되거나 표준화된 창의 크기를 적용하면 가점을 받는다. 건식 간막이벽이나 플렉시블 배관도 가점을 받는다. 슬래브에 기능이 없는 개구부를 만들면 감점을 받기도 한다.

C-Score는 시공 단계에서 현장 기능인력에 의한 작업량을 최소화할 공법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①구조시스템 ②건축·기계·전기·배관시스템 ③기타 우수한 산업관행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예를들어, 건물 외부 둘레에 비계를 설치하지 않는 시공법이라면 15점을 주고, 재래식 비계를 설치하는 시공법이라면 1점을 주는 식이다. 또 벽미장이 없는 마감이라던가 단열재로 미리 감싼 냉온수 파이프를 사용하면 점수를 준다. BIM과 최신관리기술을 이용해서 M&E 서비스와 구조체 간의 간섭체크를 해도 우수한 관행으로 점수를 받는다.

B-Score와 C-Score는 모두 'Code of Practice on Buildability'라는 지침으로 만들어져서 공공건축사업에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건설공사 인허가 등에서 충족시켜야 하는 요건으로 되어 있다.

한 논문에서는 Buildability가 향상되면 생산성도 향상되고 품질도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싱가포르 건설업의 사망만인율은 우리나라의 20%도 안된다.

안전사고가 나면 처벌한다고 겁 주는 것보다 사고의 발생 원인을 처음부터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 품질 확보를 위해 검사와 검측을 강화하는 것보다 아예 하자 발생 여지를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작업 방법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투입 인력을 줄여서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무모하다. 건설현장 기능인력의 수요를 줄이면서도 품질을 확보, 생산성 향상까지 달성할 수 있는 설계와 시공방법을 유도하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유도하면 우리 건설기술은 얼마든지 뒷받침할 수 있다.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myazure@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