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홈쇼핑만 받는 규제

[데스크라인]홈쇼핑만 받는 규제

2018년 6월 TV홈쇼핑사 가운데 두 곳이 판매방송의 법 위반으로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판매 제품은 '도시어부 스마트피싱 낚시세트'였다. 당시 방송프로그램인 채널A '도시어부'의 영상 일부를 사용했고, 쇼호스트가 방송에 나왔던 제품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당시 방송법에는 '프로그램 명칭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시청자의 구매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2019년 10월, 또 다른 TV홈쇼핑사가 '주의'를 받았다. '까시리빙 델루나 호텔식 룸셋'을 판매하면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영상을 반복 사용하고 드라마에서 나왔던 제품이라는 멘트를 했기 때문이다. 2019년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지나치게 부각시켜'는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방송영상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로 바뀌었다.

TV홈쇼핑의 상품 소개 등에 관한 심의 규제의 일부다. 어떤 상품이 어느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것이라고 '지나치게' 소개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 소비자가 쇼호스트의 멘트에 얼마나 현혹될지는 미지수다.

요즘 드라마에선 PPL 광고가 일반화됐다. 극 흐름에도 맞지 않는 제품을 갑자기 소개한다. 이를 빗댄 개그 프로그램도 자주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중간광고가 클라이막스를 흐린다. 어떤 결말이 나올 때쯤이면 진행자는 어김없이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를 외친다.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리지만 모두 합법적인 광고다.

광고는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한 수단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면 그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과거에는 조금이라도 더 제품을 노출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정보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매스컴뿐만 아니라 인터넷 서핑, 이메일, 문자메시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광고가 온통 뒤덮고 있지만 유독 TV홈쇼핑에서는 예외다. 엄정한 잣대로 꼼꼼하게 재단한다. 홈쇼핑은 판매와 광고를 아우르는 채널이다. 상품을 잘 소개해야 팔린다. 그러나 언론사 보도 내용이나 방송프로그램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제재된다. 아이러니다.

이 같은 규제의 그물에서 벗어난 상품 판매 방식이 있다. 라이브커머스다. 제품을 광고하면서 판매로 이어진다.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하면서 궁금증을 풀어 준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21년 2조8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0조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브커머스는 TV홈쇼핑과 달리 신고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규제도 어렵다. 심의는 사실상 전무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짝하던 홈쇼핑 시장은 다시 하향세다. 몇몇 TV홈쇼핑사는 매출 감소에다 영업이익까지 줄어들었다. 60%대 성장률을 보이던 T커머스도 2%대로 거의 정체상태다.

홈쇼핑이 중요한 이유는 판매 채널로만이 아니다. 국내 유료방송시장을 송출수수료로 떠받치고 있다. 지난해 송출수수료는 2조원을 넘어섰고, 유료방송사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홈쇼핑시장 규모가 줄어들면 유료방송시장도 함께 축소된다. 정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상생할 수 있다.

현재 홈쇼핑에 둘러쳐진 규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모든 규제를 풀 수는 없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해제해야 한다.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 규정이나 중소기업 편성비율 등은 규제 강도를 낮춰도 무방해 보인다. 홈쇼핑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그에 맞춰 규제도 변화해야 한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