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새로운 과학영재 발굴·육성 정책을 기대하며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자 명실공히 선진국이다.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장과 발전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는 우수한 이공계 인재였다. 또한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1970년대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현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전 국민의 과학화 운동'을 추진하며 우수한 학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촉진했다. 이에 힘입어 1971년 국내 최초의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원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신인 한국과학원이 설립됐으며, 1983년에는 우리나라 최초 과학고인 경기과학고가 개교했다.

그리고 2000년에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다양한 기관을 통한 영재교육이 본격 추진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과학영재교육을 위한 8개 영재학교, 20개 과학고, 27개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이 운영되고 있다. 과학영재교육은 교육청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급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체계적인 과학영재교육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과학영재들은 과학올림피아드와 같은 국제대회에서 한국 과학영재교육의 위상을 드높여 왔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과학영재 육성 시스템에 관심을 둔 미국·아랍에미리트(UAE)·우즈베키스탄 등 국가가 과학영재 발굴·육성을 위한 협력을 제안, 논의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과학영재 육성 시스템은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과학영재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령인구 감소, 고급 이공계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 당면 과제에 대응하는 과학영재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 과학영재교육은 소수 엘리트 교육이라는 부정적 인식에 따른 재정 감축, 인력 축소, 지원체제 약화 등으로 이어져 온 그동안의 영재교육 위기론을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영재들이 미래사회 과학기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리더십, 사회문제 해결력, 디지털 역량, 인문학적 소양, 글로벌 역량 등을 폭넓게 지원하는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협력, 공동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탁월한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로 유입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인식과 환경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한 사회가 갖춘 사회적 보상체계는 인재 흐름을 좌우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기술을 전공하면 얻을 기회와 경제 사회적 보상 가치가 상대적으로 충분한 사회가 돼야 한다.

지난 수년 동안 정보기술(IT)·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학과 연구소 기반의 테크 스타트업 성공 스토리가 쓰이고,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와 벤처캐피털 등 투자 분야 전문가로서 이공계 전공자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기술혁신 친화적 사회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긴 호흡으로 과학기술과 사회와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연구 현장의 성공한 과학기술인들이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 대한민국이 현재 대한민국보다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우수한 이공계 인재 역할이 중요하며, 이들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때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영재 발굴·육성 전략(2023~2025)'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가 아닌 미래 잣대로, 과학영재들을 과학영재답게 길러 내기 위한 심층적 고민을 담은 이번 전략이 과학영재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과 동시에 다시 한번 과학영재교육의 도약을 이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영재교육 전문기관으로서 새로운 정책에 발맞춰 과학영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과 소임을 다할 것이다.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choyr@kofac.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