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 기대되는 임베디드 금융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미국 중심으로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의 급성장세가 주목된다. 임베디드 금융이란 비금융회사가 금융서비스 중개 또는 판매 차원을 넘어 정보기술(IT)·디지털기술을 이용해 아예 자체 플랫폼에 내장하는 것을 말한다. IT·디지털기술을 이용한 금융서비스가 핀테크서비스라고 보면 한마디로 비금융플랫폼에 내장된 핀테크서비스란 얘기다.

예컨대 온라인쇼핑이나 헬스케어 같은 비금융플랫폼이 본연의 서비스 외에 결제,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내장해서 고객에게 더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미국 자산관리회사 라이트이어캐피털(Lightyear Capital)에 따르면 글로벌 임베디드 금융시장은 5년 동안 연평균 60% 이상 성장했고, 2025년에는 2298억달러(약 26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활발한 소비자결제(B2C)는 임베디드 금융 침투율이 15%에서 29%로 거의 두 배 상향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초고속 성장에 대한 기대의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소비 형태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비대면 금융서비스, 즉 핀테크를 더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점을 꼽는다. 또 디지털기술 발달, 금융 규제 완화 등도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기술개발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높여준 클라우드컴퓨팅, 개방형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기술활용이 임베디드 금융 급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소비자가 구매와 동시에 결제 등 금융서비스를 싸고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는게 핵심이다.

비금융플랫폼 회사는 고객 충성도 제고와 기반 확장을 기대할 수 있고, 금융서비스 내장을 위한 투자비용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금융플랫폼 회사도 비금융플랫폼 고객 기반 활용과 새로운 수익 창출이란 점에서 플러스 효과가 많다는 의견이다.

물론 임베디드 금융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 핀테크서비스를 내장해서 제공하는 업체다. 표준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한 플랫폼에서 성공하면 다른 플랫폼으로부터도 수많은 러브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시장 확장성이 큰 만큼 유니콘이 될 가능성도 커지는 효과가 있다.

임베디드 금융 시장 구조는 어떤가. 우선 시장 참여자는 고객과의 접점이 있는 비금융플랫폼 및 금융 제공자와 임베디드 금융을 내장, 비금융플랫폼과 금융플랫폼을 연결하는 이네이블러(Enabler, 핀테크업체 또는 테크핀)로 구성된다. 비즈니스는 비금융플랫폼의 기존 서비스에 금융서비스를 추가함으로써 얻게 되는 수익을 비금융플랫폼, 금융 제공자, 인에이블러가 나눠갖는 방식이다.

어떤 금융 분야가 활발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결제와 대출, 특히 소비자결제는 총 임베디드 금융 거래에서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후불결제(BNPL)와 같은 대출 하이브리드 상품이 시장 확대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미국의 페이팔, 스퀘어 등이 대표적인 금융 제공자이면서 인에이블러다. 결제·대출에다 계좌, 카드 등 은행의 제반 서비스를 내장한 서비스형은행(BaaS; Banking as a Service)이라는 임베디드 금융상품도 인기가 높다. 결제와 대출 다음으론 보험, 웰스테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임베디드 보험은 수수료수입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항공티켓 판매시, 여행자보험서비스를 내장한다든지, 최대 자동차데이터플랫폼 회사인 테슬라가 임베디드 자동차보험 출시로 보험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 대표 사례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도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 등의 간편결제라든지 스타벅스의 모바일 앱(사이렌오더), 현대차의 차량 내 결제 서비스 등이 비금융플랫폼에 장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규모도 작고 대부분 결제 중심으로 다양화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온라인 쇼핑 외에 헬스케어, 부동산, 물류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가 플랫폼화할 것이라고 보면 적극적인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최근 고려하고 있는 스몰 라이선스 제도 도입에 이네이블러를 포함한 임베디드 금융을 연결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