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질서에 변화를 주려는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진출을 막으려는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불리할 수 있었던 법적 공방이 하루 빨리 해결돼 다시 한 번 회사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영표 와이즐리 부대표는 도루코와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승리한 소식을 전하며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2020년 10월 도루코가 와이즐리에 면도날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된 약 2년여간의 법적 분쟁은 겉보기에는 시시할 정도로 빠르게 마무리됐다.
전 부대표는 “가격거품을 모두 빼고 고품질 제품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창업했고, 2년 만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하던 중 도루코로부터 특허침해소송을 당했다”며 “면도날 공장 엔지니어, 법률팀과 면밀한 검토를 거친 끝에 특허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이 좀 더 확실하다는 판단으로 소송에 임했다”고 말했다.
전 부대표는 와이즐리 공동창업자다. 도루코와 법적 분쟁은 전 부대표가 주도했다. 2018년 창업 이후 '합리적인 면도날'을 무기로 내건 구독 서비스는 빠르게 구독자를 확보했다. 경쟁사 제품대비 가격도 70~80% 가량 저렴했다. 전 부대표는 도루코 등 기존 경쟁업체 견제는 필연이었던 셈이라고 담담하게 소송 배경을 전했다.
와이즐리는 김앤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삼아 특허침해소송에 대응했다.
전 부대표는 “도루코 측이 주장한 특허에는 어떤 신규성도 진보성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실제 특허심판원에서는 와이즐리 주장을 받아들여 도루코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특허심판원 결정은 항소심에서도 이어졌다.
전 부대표는 “승소를 통해 고객에게 고품질 생활용품을 초저가에 제공한다는 와이즐리 사업 비전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도리어 와이즐리 구독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와이즐리가 빠르게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성능보다 가격에 있었다. 특허심판원이 도루코 특허 자체를 무효화한 것 역시 매일 사용해야 하는 생활용품은 성능보다 본질적인 사용 이유가 중요했기 때문이라는게 전 부대표 생각이다.
전 부대표는 “대부분 경쟁사가 대형 플랫폼 등 유통사를 거쳐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와이즐리는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한다”며 “면도기 뿐만 아니라 와이즐리가 각종 생활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도 광고, 유통비를 크게 줄이는 대신 제품개발과 제조원가에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동시에 품질 역시 높여가는 것이 목표다.
전 부대표는 “소송전에서 승리했던 것처럼 제품의 자세한 정보 또한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에게 정보가 더 많이 제공하겠다”면서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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