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하려면 '전환'이 단순 생산요소 투입이 아니라 사회체제와 같이 돌아가는 것이고, 그 과정은 길고 또 많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박사는 지난 13일 전자신문이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주최한 'ET테크리더스포럼'에서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패러다임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박사는 생산과정에서 디지털이란 재화가 투입되고 생산 양태가 어떻게 바뀌어 나가는지를 이론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그는 전환(DX)을 거시환경과 체제, 도전적 스타트업 간 상호작용, 대치와 흡수, 이탈과 재정립, 변형 과정으로 설명했다.
김 박사는 대표적 디지털 전환의 대표 사례로 국내 동대문 패션산업을 제시했다. 서울 동대문과 인근 창신동은 13만여개 소규모 원단·원부자재 기업들이 몰려 있는 국내 대표 패션산업 근거지다. 여기에 구매·디자인·생산·판매 단계마다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다양한 스타트업이 일으킨 전환 사례를 소개했다.
김 박사는 “고숙련자가 전화로 원단 재질을 일일이 설명하며 주문하던 것을 패브릭타임이란 스타트업이 원단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화하고, AI를 적용하면서 국내외 2만여명 디자이너가 플랫폼에 접속해 원단을 주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한 부분에만 디지털이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 제도적 지원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업도 대표적 1차 산업이지만 디지털 기술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노르웨이는 인구 약 550만명의 작은 나라로 어업이 중심이다. 노르웨이는 어업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산양식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 세계 2위의 어업 국가로 거듭났다.
김 박사는 “노르웨이 아크바는 바다의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연어를 키웠다”며 “로봇과 센서를 이용해 연어의 먹이를 주고 환경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로 바닷속 연어의 상태를 촬영하고 데이터를 파악했다. 디지털 어업관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경제어기술 기반 아래 빌딩과 같은 실내와 산에서도 연어를 키울 수 있게 됐다. 관련 기술을 수출하고, 종자 개량까지 손대면서 데이터로는 다른 나라에서 따라올 수 없는 차이를 만들어냈다.
김 박사는 “디지털이 기존 바다를 중심으로 하던 영세 사업을 바꿔서 심지어 바다를 떠나도 할 수 있는 산업을 만들었다”며 “기존 체제 이탈과 재정립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데이터는 누적 재화이며, 국가적 단위로 디지털 어업 데이터가 모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도 만나씨이에이(MANNA CEA)라는 스타트업이 농업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 스마트팜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단순 스마트농업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쇼핑, 팜트럭, 레스토랑 등의 서비스사업 등에 도전하면서 지역 상생에도 노력하고 있다.
김 박사는 “디지털 전환을 한다는 것은 공장 단위, 기업 단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벤더 간 관계를 재구조화하는 것도 포함한다”며 “소프트웨어 기업이 일회성 용역을 따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며 기업의 적극적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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