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뜨거운 바이오 패권 경쟁, 정부의 역할은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글로벌 바이오 산업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패권 경쟁이 뜨겁다. 백악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5년 안에 원료의약품 25%의 자국 생산 등 내용을 담은 '미국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를 위한 담대한 목표'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후속조치의 하나다. 보고서는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기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속내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레드(의약품) 바이오는 물론 화이트(에너지)·그린(식품) 등 사실상 거의 전 산업 분야에서 바이오 산업을 전략물자화하고 공급망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계산이다. 이 전략이 국방부와 상무부 중심으로 짜인 이유다.

미국에 앞서 중국은 지난해 5월 '바이오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첫 중장기 바이오 산업 발전 정책인 이 계획은 투자 강화로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생물보안 인프라를 기르는 등 바이오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뤘다.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경제전쟁'이 바이오 산업으로 확전할 것은 이제 자명해졌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보건 영역에서 국가 차원의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감염병 위기 속에 백신과 치료제의 적시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원료·원부자재 공급망, 의약품 제조 능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연일 바이오 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바이오를 대통령실 주도 아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를 수립하자 1개월도 안 돼 보건복지부가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이라는 육성계획을 내놓는 등 관련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나오고 있는 우리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책은 △인력양성 △수출지원 △금융지원 △디지털전환을 골자로 해서 글로벌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연한 비전이다. 다만 국가 주도로 산업을 지원하고 키우는 것 못지않게 기업이 맘껏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세세한 곳까지 모니터링하고 신경 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 내 생산기지를 준비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을 지원할 외교적 방안은 없는지, 경쟁력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기업의 자금 경색 분위기는 수년간 연구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에 치명타다. 또 미국과 중국의 노골적인 견제로 양국 시장이나 업계와 사업을 전개하려는 기업이 타격을 받게 되는 일은 없는지도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은 최근 “미국 바이오경제 행정명령과 같은 바이오 경제 실현을 위한 바이오 대전환 정책이 필요하다”고 자국 정부에 건의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급성장에 가려져 있지만 일본은 원래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신약 개발이 가능한 제약 강국의 하나다. 일본은 근래 후지필름 등 대기업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강점인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시작하는 등 관련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판이 커지는 만큼 우리나라도 바이오 산업에서 통 큰 지원책을 적극 펼치는 동시에 더욱 세밀하고 정교한 전략을 펼쳐 나가야 할 시기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