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신저스' 속 겨울잠 우주여행…ESA 연구원 "10년 안에 될 수도"

영화 ‘에일리언’ 스틸. 사진=20세기 폭스
영화 ‘에일리언’ 스틸. 사진=20세기 폭스

외계 행성을 개척하기 위해 동면 상태로 우주 여행을 나선 인류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영화 ‘패신저스’. 이 외에 ‘에일리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수많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 장기간 우주여행 중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동면’(겨울잠)을 선택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 속 이야기일 뿐 현실에서 인류가 인공적으로 동면에 들어간 적은 없으며, 당연히 동면 상태로 우주여행을 한 사례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유럽우주국(ESA) 연구원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동면 연구가 10년 안에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패신저스’ 스틸. 사진=UPI코리아
영화 ‘패신저스’ 스틸. 사진=UPI코리아

우주과학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ESA 동면 연구그룹의 제니퍼 느고-안(Jennifer Ngo-Ahn) 연구원은 “자금 가용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르면 2030년대 중반에 최초의 인간 겨울잠 시험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느고-안 연구원은 아직까지 인간에게 인공 동면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분에서 미세 조정해야 한다면서도, ‘10년이 현실적인 타임라인’이라고 강조했다.

미세 조정은 이미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첫 번째 연구에서 쥐와 같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 다른 동물들에게 졸음을 유도하고 며칠 후에 안전하게 되살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경 전달 물질인 특정 약물을 투약한 쥐를 온도가 낮아진 어두운 공간으로 옮기자 동면에 빠져들었다. 다만 신경 전달 물질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해로울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이 남아있다.

인류가 자리잡을 또 다른 행성조차 아직 찾지 못한 상황에서 ESA는 왜 동면을 연구할까? 바로 우주 공간에서 미세 중력으로 인한 뼈와 근육량의 손실 때문이다.

뼈와 근육량의 손실은 우주 탐사의 장애물 중 하나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장기간 거주한 우주비행사들은 그곳에서 엄격한 운동 수칙을 준수했음에도 지구로 귀환할 때 휠체어나 들것에 실려 이송된다. ISS 우주인들은 한 달 만에 근육량이 최대 20%까지 빠진다. 이와 함께 뼈도 약해진다.

연구원들은 미세 중력이 침대 위에서의 휴식과 같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침대 생활을 한 환자가 회복한 뒤에 일상 생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재활운동이 필요하듯, 미세 중력 상태에서 지구의 중력을 받게 됐을 때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겨울잠에서 깬 동물들은 이 같은 부작용이 없다.

느고-안 연구원은 “동물들이 동면에서 깨어났을 때, 그들은 그들의 주변 환경을 매우 빠르게 기억한다”며 “몇 초 안에, 그들은 동면에 들어가기 전에 먹이를 숨긴 곳을 기억하고 실제로 근육 손실도 적다”고 말했다.

비록 동면이 겉으로는 수면과 비슷하지만, 몸 안에서는 그 과정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잠자는 뇌와 달리, 겨울잠을 자는 동안의 뇌는 거의 전자파 활동을 하지 않는다. 잠자는 동물의 심장 박동수는 분당 몇 번으로 떨어지고 체온은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심지어 동물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도 영양분을 처리하거나 생성하는 그들의 일상적인 사업을 중단하고 분열하고 죽는다. 몸이 일시정지에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연구원은 동면이 의학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생명 과정을 전반적으로 멈춤으로써 치료에 필요한 ‘골든 타임’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느고-안 연구원은 실제로 뇌와 심장 분야에서는 동면과 비슷한 냉각을 수십년간 사용해왔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