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톱 5, 中 매출 내리막길

美 대중국 제재 영향 본격화
네덜란드·일본 등 동참하며
4분기 매출 비중 동시 하락세
美 설비 투자↑…시장 중심 이동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반도체 장비 상위 5개사의 중국 매출 비중 변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상위 5개사의 지난 4분기 중국 매출 비중이 모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가로막은 여파로 분석된다. 반면 미국 비중은 점차 확대돼 반도체 장비 시장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양상이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SML·도쿄일렉트론(TEL)·램리서치·KLA 5개사의 최근 실적을 분석한 결과 중국 매출 비중이 모두 감소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 3분기 20%에서 4분기 17%로 3%포인트(P) 축소됐다.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장비 시장 선두주자인 ASML은 15%에서 9%로 6%P 하락했다. 계측·검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KLA는 전분기 대비 8%P 감소하며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TEL과 램리서치도 각각 2.1%P, 6%P 줄었다.

이들 회사의 중국 매출은 반도체 경기나 수요에 따라 비중이 증가하거나 축소돼 왔다. 하지만 4분기 모두 하락세를 보인 건 이례다. 4분기는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한 후 첫 번째로 맞은 분기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영향이 본격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작년 10월 △16나노미터 이하 로직 반도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메모리 등 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장비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이 이유다. 미국 기업 대상 규제지만 네덜란드와 일본도 정부 차원에서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플라이드, 램리서치, KLA 등 미국 반도체 장비사 뿐 아니라 네덜란드 ASML과 일본 TEL도 수출 규제 영향권 안이었다는 의미다.

단순 전공정 제조뿐 아니라 계측과 검사 영역까지 대중국 제재에 휘말리면서 KLA도 중국 매출 비중이 대폭 축소됐다. 어플라이드와 램리서치, KLA은 미국 수출 규제 발표 후 중국 내 직원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반면 미국 매출 비중은 상승세를 보였다. 5대 장비사 중 TEL을 제외하면 미국 매출 비중이 2~4%P 증가했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를 적극 유치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텔이 미국 내 설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신공장 증설로 대규모 장비 도입을 앞두고 있다”며 “중국 매출 비중 하락과 미국 비중 상승 추세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톱 5, 中 매출 내리막길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