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 '빅스·태연→온유·TXT' K팝의 향기나는 진화…K팝공연 속 향 효과

2018년 5월 빅스 첫 공식사용
'연도별 향기' 태연, '섹션별 향기' 온유·TXT
공연몰입·정서교감 등 이점, 호불호·강도 신중

K팝이 듣고 보는 퍼포먼스 음악에 이어, 향을 앞세운 오감 자극으로 글로벌 장기흥행 가능성을 열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K팝 계에서는 공연장을 테마 향으로 채우는 단독콘서트 무대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시험적 성격과 함께 향 효과를 활발하게 보였던 해는 2018년이다. 우선 콘셉트돌 빅스가 정규 3집 EAU DE VIXX와 함께 진행한 2018년 5월 'LOST FANTASIA'(로스트 판타지아)에서 향 효과를 썼던 것이 K팝 공연 가운데서는 최초로 기록돼있다.

당시 타이틀곡 '향 (Scentist)'을 앞세운 조향사 콘셉트의 무대에 걸맞게, 중성적인 색감의 향으로 공연장을 채움과 더불어, 코코넛/아쿠아/페어/오트밀/프루트/재스민 등의 멤버별 향을 별도의 디퓨저로 선보이며 팬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녀시대 태연은 2018년 10월 's...와 2019년 앙코르 공연을 통해 머스크향과 파우더향 등으로 채운 공연 향 효과를 선보임과 더불어, 2020년 1월 The UNSEEN에서도 재스민, 가드니아, 오렌지 블러섬, 샌달우드 조합의 화려한 향 효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뉴이스트W가 ‘NU’EST W CONCERT 'DOUBLE YOU' FINAL IN SEOUL’ 공연과 함께 각 섹션마다 다른 향을 더한 공연무대로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러한 공연 향효과는 2019년 밴드 데이식스가 'Scent(향기)'와 'Photographer(사진작가)'를 합성한 명칭의 팬미팅 'Scentographer' 이후로는 공식적인 활용예시가 없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한 오프공연 부재와 마스크 착용 등의 제약으로 인해 더더욱 유지되기 어려웠다.

이러한 찰나에 최근 들어 K팝계의 향 무대효과가 조금씩 재개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3~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온유 국내 첫 솔로 콘서트 O-NEW-NOTE'(오-뉴-노트)에서는 FLORAL, WOODY, AQUA, O-NEW-NOTE 등 섹션과 함께 각기 다른 향을 관객에게 선보이며 대중을 새롭게 집중시켰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또한, 최근 마무리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두 번째 월드투어 'ACT : SWEET MIRAGE' 역시 플로랄 감각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향 효과로 KSPO DOME을 가득 채우면서, 공연 본연의 소통감각을 새롭게 했다.

이러한 K팝 계의 향 효과 도전들은 왜 이뤄지는 것인가? 우선 공연의 감동을 더 한다는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Proust)가 묘사한 일례를 근거로 한 냄새와 기억의 즉각성, 즉 '프루스트효과'를 통해 시청각 차원에서의 공연기억들을 더 깊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근거를 준다는 것이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또 아티스트가 선택한 향을 통해 공연 스토리라인의 유기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팬들과의 교감을 더욱 강화한다는 점도 있다. 서로가 같은 취향을 나누는 정서교감과 함께, 팬들은 물론 아티스트 또한 공연의 기억을 오감으로 느끼며 오래 간직함으로써 연대감을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다.

여기에 라이프스타일 측면의 마케팅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 공연MD폭이 좀 더 넓어졌지만, 좁은 MD 폭 속에서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고민하는 최근 K팝계에 있어서 테마 향 제품들을 선보이는 것이 상당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콘서트에서의 향기 효과는 관객들에게 무대공연에 더한 매력적인 경험은 물론 또 다른 몰입감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음악의 정서를 후각으로까지 연결함으로써 아티스트와 관객들의 연결감을 새롭게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엔데믹에 따라 마스크 착용이 선택적으로 적용될 상황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와 제작자들이 향 효과를 고려하는 경우가 제법 있을 것이다. 다만 그 향의 호불호나 강도 등의 역효과는 물론 스토리라인의 접점 등에 있어서 역효과가 날 수 있기에 신중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