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 상징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본격 재개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두산에너빌리티와 2조9000억원 규모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계약을 체결하고 기자재 제작을 시작한다. 정부는 2000억원 규모 특별금융 프로그램을 일감이 끊겼던 원전 기자재 업체에 공급한다. 국내 원전 생태계 '완전 정상화'를 위한 정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계약 체결식과 금융 협약식에 참석해 이 같은 정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 체결식에서 산업부는 산업은행,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원전 중소·중견기업 특별금융지원 협약도 체결했다.
'원전 주기기'는 핵분열로 열을 발생시키는 원자로, 발생된 열로 증기를 생산하는 증기발생기, 증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터빈발전기 등을 포함한다. 원전 운영의 핵심 장치다.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으로 향후 10년간 2조9000억원에 달하는 일감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발주사인 한수원은 사업 초기 3년간 총 계약 절반에 해당하는 약 1조4000억원을 집행한다. 공급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계약으로 연내 약 2100억원 추가 일감을 발주한다.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계약 검토인력을 확대하는 등 조치로 원전 주기기 계약에 소요되는 기간을 4분의1 수준으로 단축했다. 통상 최초 검토부터 체결까지 30~37개월이 소요되지만 이 기간을 8개월로 줄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이 건설이 중단됐는데 그 당시에도 (주기) 계약 협상을 상당부분 하고 있었고, 그때 협의한 것을 바탕으로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올해 상반기 내 신한울 3·4호기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이르면 7월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 후속 부지정지 공사에 착수한다. 이번 계약으로 설계·제작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핵심 기기 제작을 시작한다. 2032년 신한울 3호기, 2033년 신한울 4호기를 최종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원전 중소·중견기업 특별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원전 정상화를 지원한다. 산업부는 이날 산업은행·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와 공동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총 2000억원 규모의 '특별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산업은행 금리 우대와 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의 자금 예치로 3~5%대 '저금리 대출'을 제공한다. 기존 원전 중소·중견기업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 5~9%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특히 일감이 끊겼던 기간 동안 담보 한도를 소진한 기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상품을 설계했다. 산업은행은 대출한도도 심사기준액 대비 120%로 증액한다. 대출 심사 시 원전 기자재 기업의 향후 성장 가능성과 계약 수주실적 등을 중점 평가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번 정책으로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원전 기업이 다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정부는 연내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