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기술패권 확보를 위한 열쇠, 시스템반도체 육성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

세계가 챗GPT로 들썩이고 있다. 머나먼 미래 이야기처럼 들리던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했다.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관련 분야 기술 발달과 팬데믹 등으로 인한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AI 기반 지능정보사회가 점점 현실화된다.

AI와 더불어 자율주행·가상현실(VR)·증강현실(AR)·메타버스 등은 현시대 기술 트렌드로 떠올랐고, 이를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는 것이 바로 시스템반도체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기회를 맞았다. AI,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패권을 확보할 수 있는 열쇠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 발전을 장려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오늘날 메모리반도체는 미세공정 기술 발달에 힘입어 가격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다양한 시장 수요에 따른 차별화한 설계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시스템반도체가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시장 크기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반도체 산업과 비교해도 3배 정도 크다. 이에 세계 각국은 경쟁하듯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을 꺼내 들고 있으며,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강국의 하나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의 반도체산업은 그동안 소수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메모리반도체 위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보면 상황이 다르다. 비메모리반도체인 시스템반도체는 미국·대만 등 주요국에 비해 아직 전반적 열위를 보이고 있으며, 수년의 여러 지원책에도 세계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국내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선 메모리반도체 편중에서 벗어나 시스템반도체도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건 오래된 우리의 숙원이다. 이제는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야 할 때다.

정부는 이달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포함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며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강력한 육성 의지를 표명했다. 전략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것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축'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2042년까지 300조원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했다. 이를 판교 팹리스, 기흥·평택 등 기존 생산단지, 용인 국가산업단지 등을 연계하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만큼 '파운드리-메모리-팹리스-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간 집적 생태계가 더욱 강화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략에는 기술개발, 세제 및 인프라, 수출 등 실정에 맞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다양하게 담겼다. 16일에는 '시스템반도체 수출·투자 전략회의'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이행 전략을 잇달아 발표하며 주요 기업과 파운드리 강점을 활용한 설계, 후공정 등 생태계 강화 방안과 최근 수출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정책만으로 모든 것을 이뤄낼 수는 없는 만큼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을 바탕으로 민간도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가 간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이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무엇을 어떻게 할지 방향성을 잡는 일이다. 전략은 발표됐다. 방향성은 잡힌 것이다. 이제는 전략을 토대로 산·학·연·관 모든 주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총결집해 나가야 할 때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인 만큼 이를 신호탄으로 해서 더 나은 생태계가 조성돼 국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라는 결실로 나타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 hyeongjoon.kim@nis203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