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국민주' 삼성전자의 메시지

오는 7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매분기 실적 신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해 온 삼성전자이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바닥이 어디인지 긴장감마저 감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 전자신문DB)
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 전자신문DB)

삼성전자를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다. 미-중 패권 전쟁 틈에서 반도체 해법을 모색해야 하고, 스마트폰을 비롯해 가전 등 주력 사업의 부진을 벗어날 전략도 필요하다.

각종 경영 지표가 우호적이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 매출 30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 줄면서 부진했다. 올해 1분기 분위기는 더 암울하다. 매출은 70조원을 밑돌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자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의 부진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주주 관점에서는 더욱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연초 8만원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핑크빛 전망과는 달리 주가는 6만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쌈짓돈 모아 수년간 매입한 투자자들은 한때 5만원선까지 떨어진 주가를 보며 불편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고스란히 연출됐다. '6만전자'에 턱걸이를 하고 있는 회사 주가에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 투자자가 “주주를 물로 보면서 상생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외치자 장내에서 박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경영진도 주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총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은 지속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시설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추진을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이 장기적 주주 가치 제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중 경제 패권 다툼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 만큼 경영진도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긴 어렵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위기 대응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치고는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로봇 산업을 제시했지만 이 사업이 반도체, 스마트폰, TV를 이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명쾌하진 않지만 조금이나마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한마디 정도는 기대하던 주주들의 답답함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

주식은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국민주'로 꼽힌다. 불확실한 상황에 낙관적 전망만 제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쌓은 경험과 전략으로 경기상황보다 빨리 반등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주 자세하진 않더라도 중장기 경영 구상과 대응 방식을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 같다.

만약 아직 명쾌한 해법이 없다면 주주에게 진정성 있게 좀 더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