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韓日관계 빠르게 개선”...尹 1년만에 가시화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2일 만에 또다시 한일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12년만에 재개된 ‘셔틀외교’에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양 정상은 한일 양국의 안보와 첨단산업, 과학기술, 청년·문화 교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드라이브를 걸었던 한미·한일관계 복원,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1년 만에 가시적 성과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 두달여 만이다.

윤 대통령은 “셔틀외교 복원에 12년이 걸렸지만, 우리 두 사람의 상호 왕래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새롭게 출발한 한일관계가 속도를 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며 “좋은 변화의 흐름은 처음 만들기 힘들지만, 한번 만들어지면 대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한일관계의 흐름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두 달이 안된 사이에 한일관계도 본격적인 개선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양국관계가 좋았던 시절을 넘어 더 좋은 시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도 “(이번 방한을 통해) 셔틀외교를 본격화할 수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3월 회담에서는 한일관계를 중층적으로 강화하고 재건하고 양국 간의 위축된 분위기를 불식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화한다는데 의견을 일치했다. 그리고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에 이미 다양한 대화가 아주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이날 오후 3시 50분부터 2시간여 정상회담을 갖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과 과학기술, 금융은 물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정부, 의회, 민간 차원의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 또 북핵과 강제납북, 김정은 정권의 인권탄압 등 북한에 대한 대응에서도 함께하기로 했다.

특히 양 정상은 양국의 인적 교류, 미래세대 간의 소통 활성화를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 때처럼 미래세대를 위한 정상들의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한일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정상 간 협의나 정부간 협의가 있을 때는 청년 등 미래세대를 위한 논의가 주요 의제”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일 정상 확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일 정상 확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간의 셔틀외교가 복원되고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미일 3국간의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이후 일주일만에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미국은 핵심 동맹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중재해 왔다. 기시다 총리도 앞서 아키바 다게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통해 “한일관계의 개선을 주도한 윤 대통령님의 용기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윤 대통령에게 방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 방안, ‘워싱턴 선언’에 따른 효과로, 한일 양국, 한미일 3국 간의 경제안보 협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양국 간의 관계 증진과 함께 양 정상간의 관계도 더욱 밀착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 일본 언론을 만나 “지난 3월에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의 재개를 확인해 한국을 방문한다. (윤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 국제 및 지역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주일여 남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한일정상회담 또다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G7 주최국은 일본으로, 기시다 총리는 앞서 윤 대통령을 초청한 바 있다. 60여일 사이 한일 정상이 3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나토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의(스페인), 9월 유엔총회 계기 약식회담(미국), 11월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의(캄보디아)를 포함하면 윤 대통령 취임 후 1년 동안 6차례 만나는 셈이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북한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지역 정세와 글로벌 과제에 대한 공조도 논의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정상 부부간의 친교에도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내외는 기시다 총리와 기시다 유코 내외와 만찬을 함께 했다.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는 숯불 불고기를 비롯한 한식이 올랐다. 외빈이 대통령 관저를 찾는 건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이후 두 번째다.

기시다 총리 부부는 앞서 윤 대통령 부부가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 긴자에 있는 고급 소고기 전골요리점인 ‘요시자와(よし澤)’로 초청해 만찬을 가진 바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별도로 인근 경양식집 ‘렌카테이(煉瓦亭)’로 이동, 약 1시간가량 2차 만찬을 가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과거 일본에서 먹었던 오므라이스의 추억을 일본 정부가 확인하고 특별히 준비했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8일 출국에 앞서 우리 경제인들과 간담회 등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