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지진에도 끄떡없다”…원안위·기상청 원전 지진관측 공동 대응 강화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진행된 원자력안전위원회-기상청 원전 지진관측망 합동 현장점검에서 유국희 원안위원장(왼쪽)과 유희동 기상청장이 고리 2호기 주제어실에 설치된 지진감시설비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 원안위>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진행된 원자력안전위원회-기상청 원전 지진관측망 합동 현장점검에서 유국희 원안위원장(왼쪽)과 유희동 기상청장이 고리 2호기 주제어실에 설치된 지진감시설비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 원안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근 국내에서도 빈발하는 지진에 대비해 기상청·한국수력원자력·원자력기술원 등과 함께 원전 지진 대응능력을 강화한다. 2027년까지 지진 탐지 시간을 3.4초에서 1.4초로 단축하고, 국가지진관측망 조밀도도 16㎞에서 7.2㎞로 줄인다. 또 한수원 내의 지진계측기와는 별도의 지진관측망으로 지진 대응체계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원안위는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기상청과 함께 지진관측망 합동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향후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원안위는 지난해 3월 기상청과 지진 현장경보·관측자료 공유, 관측 장비 검정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국희 원안위원장과 유희동 기상청장이 월성 원전을 방문해 지진안전 설비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 12일 현장 점검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기상청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 내 지진계측설비가 작동해 대응한다. 지반가속도가 0.01g 이상이면 경보 발령, 0.1g 이상시 원자로가 수동정지하며, 0.17g~0.27g시 원자로가 자동정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자가 지난 12일 방문한 고리 2호기에는 원자로건물·보조건물 등에 지진상황을 감시하는 계측설비, 일정값 이상시 자동정지 신호발생을 위한 계측설비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한수원은 14일 오전 8시 35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1km 해역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모든 원전에서 지진계측값이 지진경보 설정값인 0.01g 미만으로 계측됐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원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 6.5(0.2g) 지진이 원전 부지까지 발생하더라도 지진원자로자동정지용(ASTS) 계측설비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 이 장비는 높은 강도의 지진 발생시 원자로가 자동정지되도록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삼축 시간이력 가속도계로부터 데이터를 취득하고 계측기 센서가 0.18g 설정값 이상시 원자로가 자동정지할 수 있게 주제어실에 경보·신호를 제공한다. 계측오차 0.02g를 고려해 원자로 정지값은 0.18g로 설정했다.

원안위와 기상청은 이에 더해 지진 집중감시구역으로 분류되는 원전 부지 내에서 지진 탐지 시간을 지난해 3.4초에서 2027년 1.4초까지 단축할 계획이다. 국가지진관측망의 조밀도는 16㎞에서 7.2㎞까지 줄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재난관련 연구를 보면 지진 탐지 시간을 5초 단축하면 피해를 8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탐지 시간이 단축되면 예상치 못하게 원전 내 지진 안전설비가 손상될 수 있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가령 (지진 탐지 시간이) 2~3초 늦고 지진이 순간적으로 강도가 증가돼 0.35g 수준 지진이 왔다고 하면 안전정지에 필요한 기기가 손상될 수 있다”면서 “1초라도 빨리 신호를 제공하고 원자로를 정비하는 것이 발전소 안전을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함께 한수원이 운영하는 지진 안전설비와는 별도로 원자력시설 집중감시용 지진관측망도 220개소를 구축했다. 2025년까지 기존에 설치됐거나 도입할 예정인 지진관측장비 검정을 완료하고, 지진관측소 별 품질분석 등급을 통한 품질관리 개선도 지원한다.

조호현 원자력안전기술원 구조부지평가실장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자로 부지와 동일한 암반에 지진관측소를 설치했다”면서 “원전 운영 사업자와 독립적으로 원전 부지 지진관측망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말했다.

부산==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