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서 청소기를?” 600만뷰 돌파한 삼성 파격 광고...“새로움에 목말랐다”

“청소기 패션쇼라니” “조앤박이 여기서 왜 나와” “바닥 깨끗해지는 거 힐링됨”

지난달 11일 공개한 삼성전자 무선 청소기 ‘비스포크 제트AI’ 광고 열풍이 한 달이 지나도록 식을 줄 모른다. 공개 5일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더니 현재 620만을 넘어섰다. 일반인뿐 아니라 광고업계 커뮤니티에서도 가장 신선하고 파격적인 광고로 거론되며 이목을 집중 시켰다.

광고를 기획·제작한 제일기획 담당자들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만들었다’고 힘줘 말했다. 치열해지는 청소기 시장에서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을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AI 광고를 기획, 제작한 제일기획 직원들. 왼쪽부터 장길원 기획팀 프로, 오창규 제작팀장, 허완 제작팀 프로.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AI 광고를 기획, 제작한 제일기획 직원들. 왼쪽부터 장길원 기획팀 프로, 오창규 제작팀장, 허완 제작팀 프로.

오창규 제일기획 제작팀장은 “시청자의 눈을 1~2초 안에 사로잡지 못하면 기회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 같은 소비환경 속에서 새로움에 목마른 광고주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이 광고는 금빛 런웨이에 특급 모델 조앤박 등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며 시작된다. 여느 패션쇼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이들 손에는 삼성전자 무선 청소기 ‘비스포크 제트AI’가 들려있다. 화려한 런웨이를 수놓은 금박 부스러기를 모델이 워킹하며 말끔히 청소한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더러운 먼지나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모습으로 귀결되던 기존 청소기 광고를 생각하면 런웨이 무대는 파격적인 시도다. 이들이 시작한 도전의 출발점은 청소기 광고를 집 안에서 꺼내오는 것이었다.

허완 제작팀 프로는 “새로운 공간에서 광고를 만들어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런웨이뿐 아니라 독도 장병이 생활하는 숙소 청소부터 우주 공간에서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며 “실제 우주 청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미국 NASA에도 연락해 봤는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런웨이 무대를 최종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런웨이 무대와 청소기의 협연은 무수히 많은 ‘킬 포인트’를 남겼다. 세계적인 모델 조앤박이 삼성 무선 청소기를 들고 워킹하는 것부터 먼지가 아닌 화려만 금박 부스러기를 청소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다양한 크기의 금박 부스러기는 세계 최고 수준 흡입력을 자랑하는 제품 본연의 성능을 강조하는 동시에 제품의 고급스러운 면을 살리는 ‘신의 한수’가 됐다. 청소가 더러움을 없애는 과정을 넘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도 나왔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AI 렌웨이 광고 영상 장면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AI 렌웨이 광고 영상 장면

장길원 기획팀 프로는 “런웨이 무대라는 도전적인 배경이 있지만 본질은 제품 성능(흡입력)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금박을 뿌린 것 역시 제품 품격을 높여주는 시각적 요소와 흡입하기 어려운 물질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 흡입력 외에도 숨은 그림 찾기처럼 삼성의 가치를 강조할 수 있는 디테일을 곳곳에 심었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 가치다. 실제 영상 속 런웨이 위 샹들리에는 폐페트병으로, 관객석은 재활용지로 만들었다. 청소기가 빨아들인 금박 부스러기 역시 추후 재활용 예정이다.

광고에 인공지능(AI) 작곡가를 활용한 것도 파격적인 시도였다. 무선 청소기 신제품이 AI 기술을 활용해 카페, 마룻바닥 등 바닥재에 따라 자동으로 흡입력을 조절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리까지 달라진다. 여기에서 착안해 이 소리를 녹음한 뒤 AI 작곡가를 통해 광고 배경음악(BGM)까지 만들었다.

삼성전자 광고의 한 획을 그은 이들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런웨이 뒤를 잇는 삼성 비스포크 제트AI의 후속 광고도 지속 준비 중이다. 오팀장은 “향후에도 런웨이 못지 않는 파격적이고 새로운 시도들로 기대할만한 광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