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74〉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주소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전자 정보를 인간이 볼 수 있도록 화면으로 구현해 주는 영상표시장치로서 이용자화면/이용자경험(UI/UX) 기술을 포함한 영상기기를 통칭한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소재부품, 장비의 생산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은 패널을 중심으로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시스템 산업으로 기술개발의 선도에 따라 세계시장의 주도권이 결정되는 산업으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그 중요도가 높은 산업이다.

이처럼 중요한 디스플레이산업은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더더욱 높아지고 있다. 몰입감 있는 메타버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기술을 보다 생생하고 선명하게 구현해 줄 디스플레이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메타버스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결합시킨 3차원의 가상 세계로서, 미국의 로블록스, 네이버의 제페토 등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급성장한 바 있다.

OLED 기반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폼펙터에 활용이 가능해 메타버스 기술 구현의 필수 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는 OLED 패널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메타버스 시장 공략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역시 디스플레이산업에 호재였다. 재택근무 및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노트북 및 모니터, 태블릿 제품을 포함하는 IT 제품용 패널 판매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IT 패널 수요 증가세가 계속되기 시작했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산업적으로 그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그간 우리나라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어 왔다. 2021년은 코로나19 특수로 인해 디스플레이 시장이 이례적으로 호황을 누려 LCD 패널은 1154억달러, OLED 패널은 416억달러 판매를 달성했다. 이후에는 LCD 패널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OLED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확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이 이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2018년 세계 LCD 시장에서 중국이 30.6%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한국(29.2%)을 추월했으며, 한국은 전략적으로 LCD 사업을 축소한 바 있다. 그 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라인을 축소하고, OLED로 전환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었다. OLED의 경우 한국이 대형 및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18년 이후 중국의 OLED 생산 확대에 따른 점유율 상승 추세에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과 장비 산업은 국내 기술경쟁력이 높은 수준이나 핵심 소재⋅부품 산업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시장 1, 2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패널 제조용 소재⋅부품 분야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LCD 핵심 소재는 한국 점유율은 거의 없고 원천기술 부족에 따른 진입장벽이 높아 관련 핵심소재는 해외기업이 국내에서 직접 제공해 주고 있다. 한국 내 OLED 패널 제조용 소재와 모듈 부품 시장의 국산화 비중은 각각 66%, 45%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대형화면 선호 현상과 고급 자동차 수요의 증가로 대형 디지털 성장이 뚜렷해졌다. 특히 성장세가 뚜렷한 분야는 디형 디지털 콕핏이다. 콕핏은 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석을 의미하며 운전석과 조수석 전방 영역의 차량 편의기능 제어장치를 디지털 전자기기로 구성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할 때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 경제가 적지 않은 성과를 달성해 온 산업이자 앞으로도 유망한 산업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간 확인된 국내 산업의 보완점을 해결한다면 더 높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산업이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