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EU, 8년 만에 공동성명…공급망·첨단기술 협력 확장

양자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 발표는 8년만
반도체법 등 EU경제입법 협의 위한 대화체 확장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 가입 위한 본 협상도 개시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오른쪽),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이사회) 상임의장과 악수하기 위해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오른쪽),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이사회) 상임의장과 악수하기 위해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이 공급망과 산업, 디지털 협력을 대폭 확대한다. 반도체법 등 EU 경제입법 관련 협의를 위한 대화체도 확장했다. 외교안보 부문을 비롯해 첨단·혁신기술 협력에도 두 손을 맞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EU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8년 만이다. 양자 관계를 환경과 보건, 디지털, 경제안보 등 새로운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경제안보 증진 및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산업경쟁력과 산업기술, 기업가 정신, 중소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공급망 및 산업정책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핵심원자재법(CRMA), 반도체법(Chips Act) 등 EU 경제입법과 관련해 협의를 지속하는 한편 조기경보시스템 개발에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행 산업정책대화(IPD)를 공급망·산업정책 대화(SCIPD)로 확대했다. 제1차 SCIPD도 연내 개최한다.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한 공동 메커니즘도 개발한다.

양 정상은 “전력반도체, 자동차반도체, 첨단기기 등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EU 반도체법의 제정 및 이행을 포함해 양측 산업정책에 대한 긴밀한 협의도 지속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체결된 ‘한-EU 디지털 파트너십’에 대한 후속조치를 위해 제1차 ‘디지털 파트너십 협의회’도 개최한다. 양 정상은 “반도체,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 양자 및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온라인 및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대한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지털 통상 분야에서의 구속력 있는 합의 도출을 위한 협상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우리나라가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준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위한 본 협상도 개시한다. EU 최대 규모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는 EU와의 첨단·혁신 기술 협력 강화를 위해 작년 2월 가입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양 정상은 “연구와 개발에 대한 협력과 투자, 연구자 이동 증진을 통해 과학 및 혁신 분야에서의 더욱 강화된 교류를 약속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이사회) 상임의장과 한-EU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이사회) 상임의장과 한-EU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안보 부문에선 한-EU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신설했다. 우리 외교부 장관과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간 전략대화를 통해 양자 간 포괄적 안보 협력 및 글로벌 평화와 안보에 대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EU의 협력은 첨단기술, 글로벌 안보, 기후 등 글로벌 아젠다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안보, 불안, 민주주의는 우리가 같이 공유하는 가치”라고 했으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양자) 관계를 그린, 보건, 디지털 분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AI나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 협력을 하면서 (서로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