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지 분산화, 반드시 가야할 길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최근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많은 국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에선 전기요금이 매우 가파르게 올랐고, 국내에서도 전기·가스 요금인상을 두고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에너지기업과 소비자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탈탄소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위기에 대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 힘쓰고 있다. 즉,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등 탈탄소 에너지 개발로 화석연료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동시에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소비를 유도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총 순탄소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려는 것이다.

반면, 최종에너지로서 전기의 국내 비중은 향후 증가가 예상된다. 탄소중립을 위해 현재보다 두세배 정도 전기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국내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에너지를 주로 생산해 대규모 전력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융통하고 소비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탈탄소 친환경 전원개발은 물론 향후 막대한 신규 전력망 투자가 불가피하다.

국내의 경우 향후 신규 전력망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규모 재원 확보 어려움은 차치하고, 주민 수용성 등을 포함한 사회적 갈등과 계통운영상 기술적 난제 등으로 적기에 대규모 전력망을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현재와 같은 비수도권 지역 대규모 전력생산과 수도권 지역 융통 및 소비 체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미 국내 재생에너지 비율이 초기 단계임에도 호남권 지역의 재생에너지 과잉투자로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문제가 노출된 것이 현실이다. 이는 향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여러 정책·제도·기술·경제적 대안이 있겠지만 우선 필요한 것은 중앙집중적 현재 에너지시스템을 지역중심 분산화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즉, 호남과 영남, 충청과 강원, 수도권과 제주 등 각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최대한 효율적 방식으로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에너지 분산화를 위한 법률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마침 국회에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통과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분산화 관련 법률체제가 정비되면 향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이 적기에 뒤따라 마련될 수 있다. 법률체제 정비 이후 중앙정부는 지역단위별로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일치시키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 및 국내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혁신적인 정책대안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는 분산에너지 설치의무화, 지역별 에너지가격 차등화, 전력수요 이전, 에너지신산업 등이 포함된다. 지방정부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분산에너지 특화모델을 개발해 가장 비용 효과적이며 지속가능한 지역단위 에너지수급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유기적 헙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력한 에너지 체제의 분산화 없이 탄소중립도, 기후위기 대응도 국내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또,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역시 지속하기 어렵다. 따라서 에너지 분산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힘을 합쳐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적 에너지 분산화를 이루면 국가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jeikim@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