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익숙한 것과의 결별

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우리나라 인구가 지난해 가장 크게 줄었다. 24만9000명 아기가 태어났고 37만2800명이 세상과 작별했다. 자연 감소수치로는 최고다. 저출생 고령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인구구조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요구한다. 사회구조 개혁 필요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시그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실제 출생률 감소는 학령인구 축소로 이어졌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도 폐교가 생겨난다. 초등학생이 없는 학교 운동장에는 풀만 무성하다. 사회 구성원 신규 유입이 없다보니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심각한 위기감을 토로한다. 서울에서도 폐업하는 소아청소년 의원이 늘었다. 서울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521개에서 작년 456개로 12.5% 감소했다. 낮은 의료숫가와 출생률 영향 탓이다.

대학교 역시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만 나온다. 벚꽃지는 순서대로 대학 교기를 내려야 할 지 모른다는 우려다. 상당수 교육계 종사자가 공감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증가세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관세를 제외한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시·도 교육청에 나눠주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육청에는 돈이 넘쳐난다. 불용액을 만들지 않기 위해 건물 도색이 많이 이뤄진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안 써도 될 예산 42조6000억원이 집행됐다. 이 돈이 정작 우리 사회 필요한 분야에 투입됐다면 어떠했을까.

코로나19 비상사태가 1일 해제됐다. 팬데믹이 안겨 준 교훈 중 하나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사는 법’을 일깨워 준 것이다. 산업적으로도 의료 체계를 점검하게 만들었다.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과제도 던졌다. 정원 확대는 물론 외과 응급의학과 등 힘든 직종에 대한 파격적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의사를 수입해야 할 판이다. 머지 않아 심장·폐 등 외과수술을 담당할 의사 부족 현상이 예상된다. 지방에서는 제때 수술을 못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잠 못자고 돈 못버는(?) 외과의사는 3D 직군으로 불린다. 왠만한 사명감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로 의대생이 몰리는 이유다. 문제는 수술방과 중증응급센터를 이끌어가는 50대 교수진들의 퇴임 후다. 지금도 병원 처치를 받지 못해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사고 소식이 이어진다. 시작에 불과하다. 응급환자를 돌볼 의사진 수급을 위한 처우개선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노동 교육 연금개혁’.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3대 핵심 개혁과제다. 국민들은 얼마나 변화를 체감할까. 노동개혁을 제외하고는 별로 가시적인 성과와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 후순위 국정과제로 밀린 듯 하다. 정무적으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기도 부담스러워 보인다.

지금이라도 국정과제를 재점검하고,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예산은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4대강 예산을 어떻게 마련했던가. 당시 각 부처 예산 관련 부서는 비상이 걸렸었다. 사실상 10% 수준의 할당은 공공연한 얘기였다.

부분적인 변화와 개혁은 파괴적 혁명보다 어려울 수 있다.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과 시스템에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하지 않고는 변화와 혁신은 요원하다.

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