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기 몰리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재진 위주 시범사업에 ‘직격탄’
사업전환 속출·구조조정 절차
투자유치 쉽지 않아 한계 직면
“타다처럼…사라질 판” 하소연

‘의료’에서 ‘뷰티’로 바꾼 메듭
‘의료’에서 ‘뷰티’로 바꾼 메듭

“우리는 폐업 위기에 섰습니다. ‘타다’가 사라진 것처럼 그동안 국민이 사용해온 편리한 서비스가 사라지겠죠.” (비대면 진료 A플랫폼 대표)

1일부터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재편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 사업을 영위하던 플랫폼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3개월의 계도기간을 제시했지만 초진 제한, 약 배송 금지 방침을 정하면서 사업 축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구조조정과 사업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투자유치도 쉽지 않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의원 비대면 진료 플랫폼 ‘파닥(Find A Doctor)’이 사업을 접었다. 앱스토어에서 앱이 사라지고 서비스가 종료됐다. 파닥은 2020년 1월 출시된 서비스다.

남성 메디컬 헬스케어 플랫폼인 썰즈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와 약 배송 사업을 종료했다. 썰즈는 “정부 지침에 의해 6월부터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 제공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면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항목을 당장 없애진 않았지만 고민하는 업체들이 많다. 여성 질환 전문 비대면 진료 회사인 체킷은 질 미생물검사 키트와 유산균 판매 등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멀티 의료 플랫폼 메듭은 앱스토어 항목을 ‘의료’에서 ‘뷰티’로 옮겼다. 비대면 진료를 뒤로 빼고 바비톡, 강남언니 등과 같은 시술정보 앱처럼 사업 방향을 바꿀 계획이다. 이미 모바일 홈 전면에는 미용 시술 정보가 자리 잡았다.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도 영양제 판매, 키트 판매 등 사업을 전환해 버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용자가 줄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

30여개에 달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중 현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곳은 손에 꼽는다. 지난해 11월 원익홀딩스가 대주주가 된 굿닥, 누적 500억원 이상 투자받은 닥터나우 정도다. 3위권 업체로 평가되는 나만의 닥터는 60억원 투자를 받았지만 이미 마케팅 등으로 투자금을 많이 사용했다. 시범사업에서 제시한 재진 위주는 ‘개인정보’ 문제를 풀어야 하고, 기술을 추가로 개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B 업체 대표는 “분위기가 진짜 안 좋고 다들 한숨만 쉰다. 시범사업안이 예상보다 더 안 좋게 나왔다”면서 “업체마다 향후 계획을 놓고 당분간 혼선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께 보내는 호소문’을 공개하며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엠디스퀘어 손익선 팀장, 굿닥 임진석 대표,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장지호 회장, 메라키플레이스 선재원 대표, 솔닥 김민승 대표.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께 보내는 호소문’을 공개하며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엠디스퀘어 손익선 팀장, 굿닥 임진석 대표,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장지호 회장, 메라키플레이스 선재원 대표, 솔닥 김민승 대표.

플랫폼 업계 구조조정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A 업체 대표는 “사업을 버티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구조조정 할 예정”이라며 “업계에서 가장 인원이 많은 닥터나우도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가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앱 후발주자인 온닥터도 구조조정을 할 예정이다.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는 “현재 내부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이 있진 않지만 충분히 외부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서 “고정비를 줄이는 게 일단 버티는데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민승 솔닥 대표는 “이번 시범사업안은 안타깝다”면서 “결국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도태되거나 적응하거나 둘 중 하나이고, 우리는 솔루션 중심 업체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