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플라스틱 국제협약, 파리협정 반면교사해야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파리협정에 이어, 2024년 플라스틱 분야에서 굵직한 국제협약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에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이에 대해 협상하는 2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2)가 진행됐으며, 이러한 협상이 앞으로 3차례 더 이어질 예정이다.

최근 플라스틱 등 자원순환 분야의 굵직한 국제 흐름을 보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국제 논의의 과정이 겹쳐 보인다. 먼저 온실가스의 경우 과거 누적된 온실가스에 대한 책임이 대체로 선진국에 있다가 최근 아시아 등 신흥경제국에서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것처럼, 플라스틱 또한 그 사용으로 인한 폐기물은 아직까지 선진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나 생산의 51%는 아시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205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양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그 사용 증가는 신흥 경제국에서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또한 그 가치사슬이 점점 더 연결되고 세계화되고 있다.

이에 플라스틱 오염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순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이 아닌 국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론이 만들어졌다.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 참석한 175개 회원국은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속력 있는 최초의 국제협약을 제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를 위해 앞서 말한 정부간 협상위원회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논의의 방점 또한 파리협정이 논의되던 때를 떠오르게 한다. 미국, 중국 등 플라스틱 다배출 강대국들은 파리협정처럼 자발적인 협약 체결을 주장하며, 그 내용에 있어서도 플라스틱 오염방지 및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다. 반면,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노르웨이, 르완다와 같은 국가들은 ‘대야망 연합’을 구성하고, 파리협정을 반면교사해 이번에는 모든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적 통제 방식에 따른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근본적인 생산 축소 규제가 이루어져야 플라스틱 및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이를 지지하며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협약 체결의 논의의 이해당사자로 과학자들과 플라스틱 오염 피해 지역 주민들이 동일하게 참여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또한 최근 ‘플라스틱 산업과 공급망 전반에 걸쳐 깊이 관련된 기업들의 이익과 플라스틱 위기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인권은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힘을 보탰다. 플라스틱 또한 인권의 이슈로 볼 수 있으며, 협약 내용에 플라스틱에 있어서의 환경정의, 정의로운 전환 이슈까지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석유화학 및 플라스틱 기업들의 로비가 이어지며, 협상기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생산 제한을 골자로 규제적 성격을 띄게 된다면, 국가들은 자국법을 강화하게 될 것이며 탄소국경조정세와 유사한 플라스틱 국경조정 매커니즘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은 본인들의 협력업체들에 재생원료 사용, 재활용성 높은 설계 등의 요구를 더 강력하게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폐기물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재생원료가 새 원료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현상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온실가스처럼 플라스틱 문제 또한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이해관계자 이슈가 됐다. 일관되지 못한 국내정책이나 안일한 방향으로, 기업의 설비 투자와 인프라 전환이 늦어질 경우 우리 기업과 사회는 그만큼 뒤쳐지고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 대전환기를 목전에 두고 퍼스트 무버는 못되더라도, 패스트 팔로워는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 hyjee@igt.or.kr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 hyjee@ig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