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게임학회와 국내 게임산업계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입법 로비 의혹을 제기하던 게임학회장은 방송에 출연해 국내 게임사가 글로벌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플레이투언(P2E)’ 게임을 지목하며 ‘바다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때아닌 정쟁의 한가운데 휘말린 게임사는 급기야 학회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까지 강경대응을 예고할 지경이다.
‘게임과 관련한 학문 및 기술의 연구와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한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 사단법인 한국게임학회 정관에 명시된 ‘목적’이다. 학회장 인사말에서도 게임산업이 직면한 여러 도전과 규제 해결을 언급하며 산업계와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학회가 보인 행보는 본연의 역할과 다소 거리가 있어보인다.
게임 관련 코인에 대한 정치적 쟁점화를 넘어 P2E 자체를 ‘도박’으로 규정하는 시각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고언으로 받아들이기에 그 수위가 선을 넘었다. 건강한 비판을 넘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을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크다. 정치권 및 일부 시민단체와의 엇나간 공조 또한 진정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활동이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게임을 하며 돈을 번다’는 P2E 게임에 사행적 성격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국내 게임사 또한 단순히 금전적 이득이 아닌 이용자의 디지털 소유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웹3에 주목하며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게임학회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시도에 대해 더욱 치열하고 체계적인 학술적 연구로 게임사가 나아갈 방향과 정책결정을 위한 근거를 제시해주길 바란다.
K콘텐츠 수출 역군으로 자리잡은 게임 산업은 그동안 사회에 깔린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군분투했다. 지난해 게임이 문화예술로 인정받는 법개정이 이뤄지기까지 게임학회와 게임산업계 모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역시 예술의 전당에서 게임 음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고, 게임 관련 미술 전시도 곳곳에서 개최된다. 이러한 성과가 다시 과도한 규제와 검열 잣대로 덧씌워져서는 안 될 일이다.
갈등의 주요 당사자 중 한 축인 게임사도 법적 대응을 재고하고 다시한번 대화 기회를 모색하길 바란다. 의혹 제기에 대한 방어적 차원의 고소라고는 하나, 학자 개인에 대한 기업 소송으로 학계 발언이 억압되는 모양새는 곤란하다. 국회 역시 코인 사태 본질에 집중해 진상조사를 진행하길 바란다. 정쟁의 틈바구니에 산업이 위축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P2E 관련 논의에 지지부진하던 정부도 차제에 관련 제도 정비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비온 뒤 굳는 땅처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웹3와 P2E 게임에 대해 보다 건설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제 서로를 향한 총구를 거두고 다시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
박정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