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사회적 합의 통한 AI 공존 강조…한국 기업과 협력

K스타트업 밋 오픈AI가 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K스타트업 밋 오픈AI가 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기술보다는 활용사례에 규제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혁신 기술을 작은 단위부터 실증하며 발견하는 문제점부터 하나씩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합니다.”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기술 편익에 우선한 규제 확립을 강조했다. 저작권, 데이터 보호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나타날 우려 때문에 기술 자체를 규제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오픈AI 임원진은 국내 AI 스타트업은 물론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과 AI 반도체 제작 협력도 검토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9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샘 알트만 대표를 비롯한 오픈AI 임원진과 국내 스타트업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픈AI는 올해 초부터 주목받은 대화형 챗봇 챗GPT가 각나라 별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인하고, 협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AI가 이끌 미래에 질문 집중…오픈AI “사회적 합의로 AI와 공존 모색해야”

100여개 스타트업을 초청해 질문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뤄진 간담회는 AI가 가져올 미래와 공존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챗GPT와 대화를 주고 받으며 필요한 정보를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AI 창작물의 저작권 여부와 인간 고유 영역 침범 등 해결해야 할 사항 역시 다수이기 때문이다.

오픈AI측은 기술 활용 영역에 따른 규제 차등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브록만 공동창업자는 “법률, 헬스케어 같이 위험 요소가 있는 분야와 같이 활용 영역을 나눠 살펴야 한다”면서 “각 영역에서 AI 활용 방식이 어떻게 나타는지 지켜보면서 정부는 규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의 방향성에 대해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망자의 모습과 목소리 등을 AI 아바타로 구현하는데 어디까지가 적정 수준인지 고민이라는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의 질문에, 알트만 대표는 “기술에는 편익도 있지만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 “개인의 인권을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저작권 문제에 대해선 “AI가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을 활용했다면, 그 크리에이터도 수혜를 받아야 한다”면서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K스타트업 밋 오픈AI가 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대담을 나누며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K스타트업 밋 오픈AI가 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대담을 나누며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한국 기업 협력에 관심 보인 오픈AI…팹리스와 AI 칩 협력 검토도

알트만 대표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과 협력할 의사도 나타냈다. 그는 “한국은 인재와 창업가 정신이 우수한 나라”라며 “한국에 사무소를 세우는 것을 비롯해 산업별로 파트너십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오픈AI측에 국내 스타트업에게 노하우를 알려주는 글로벌 컴퍼니 협력 프로그램을 제안, 긍정적인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는 AI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과 챗GPT용 칩 제작 협력도 제안했다. 오픈AI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와 협력시, 어떤 효용이 나타날지 우선 평가하기로 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한국 스타트업과 오픈AI가 협력해 첨단 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픈AI는 간담회 이후에는 국내 스타트업과 개발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이어사이드 챗 행사도 진행했다. 짧은 방한 기간에도 국내 기업과 접점을 확대해 협력 모색은 물론 향후 사업 고도화를 위한 인사이트도 얻겠다는 목표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함께 주최한 행사는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조경현 뉴욕대 교수와 대담 형식으로 오픈AI의 미션을 공유하고, AI가 가져올 혁신과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챗GPT 진화 방향은?…

간담회에 참석한 AI 스타트업은 챗GPT의 진화 방향에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영어를 제외한 언어의 경우 과금 단위인 토큰이 과다하다는 질문에 대해선 알트만 대표는 “그동안 영어 중심의 원활한 운영에 집중해왔다”면서 “외국어 토큰 개수는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이미지 인식 기술인 멀티 모달도 수 개월 안에 챗GPT와 연동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언어 모델이 거짓 정보를 그럴듯하게 제공하는 환각(할루시네이션) 문제는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잘못된 배경 정보를 사용하지 말도록 정책을 세우는 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금융·기술 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확대와 가격 합리화 정책 지속 계획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픈AI는 알고리즘과 아키텍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도화한 챗GPT5는 올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알트만 대표는 “챗GPT도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기술에 상당한 발전이 있어왔다”면서 “높은 기준을 충족한 챗GPT5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엔지니어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