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지속해야

소재부품부 박종진 기자
소재부품부 박종진 기자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정책이 후순위로 밀린 것 같다.”

최근 반도체 학계와 업계를 만날 때마다 자주 들리는 말이다. 발단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까지 편성해온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소부장 예산 800억원을 삭감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중기부 예산이 삭감됐지만 기보와 신보 자체 기금으로 예년과 동일한 수준의 특례보증을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삭감 소식에 비해 이같은 사실은 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지속되는 등 글로벌 공급망 문제, 수출 부진과 주요 기업 실적 악화, 국가전략산업단지와 대규모 클러스터 이슈에 소부장 국산화 어젠다는 가려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와 관계 개선이 소부장 국산화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부장 국산화 움직임이 2019년 일본의 반도체 3대 품목 수출 규제를 계기로 본격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양국 관계 개선이 국내 종합반도체기업(IDM) 소재 공급에 도움은 되겠지만 소부장 해외 의존도 해소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언제든지 해외 국가의 수출 규제가 이뤄질 수 있고 미국발 대중국 반도체 규제 흐름 속에 중국 정부의 대외 정책 변화라는 변수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갈 길이 멀다. 지난 3년간 정부와 업계는 소부장 국산화 노력을 기울여 불화수소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PR) 등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온 소재 상용화에 성공, 국산화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반도체 핵심 장비와 소재 국산화율은 30% 내외 수준이다.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다행히 정부 방침은 공급망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소부장 국산화를 지속하겠다는 것으로 명확하다. 이달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첨단반도체기술센터(ASTC) 구축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ASTC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소부장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명확한 사업 지원 근거와 로드맵을 마련, 충분한 소부장 국산화 예산이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안정적인 연구개발(R&D) 비용이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 사업 지원은 필요하다. 기업 역시 자체 소재·부품·장비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안정적인 반도체 원자재 확보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 노력도 필수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주요 반도체 원자재의 국내 연간 수입액을 분석한 결과 중국과 일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물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해외 수입은 불가피하지만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부장 국산화는 단기 이슈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이 있는 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할 부분이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