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리튬염 공급망…IRA 특수 타고 세계로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는 8월 초 찾은 새만금 국가산단 5공구. 새만금개발청에서 약 1.5㎞ 떨어진 이곳은 아직 잡초만 무성한 허허벌판의 간척지다. 하지만 조만간 국내 최대 리튬염(LiPF6) 생산공장이 들어설 곳이다.

국내 1위 이차전지 전해액 업체 엔켐과 중앙디앤엠 합작사 이디엘은 이곳에 전해액 핵심 원소재인 리튬염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 6005억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연산 5만톤급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김학용 엔켐 이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고순도 LiPF6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3만4000평 부지에 단계적으로 건설을 진행해 최대 5만톤 규모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리튬염은 이차전지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의 주생산원료다. 질량 기준 10~15%, 원가 기준 30~40% 비중을 차지한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맞춰 전해액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리튬염 수요는 2022년 11만5000톤에서 2030년 40만톤으로 급증이 예상된다.

김상문 엔켐 이사(오른쪽)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5공구 이디엘 리튬염 생산공장 착공 부지에서 조감도를 가리키며 공장 신설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문 엔켐 이사(오른쪽)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5공구 이디엘 리튬염 생산공장 착공 부지에서 조감도를 가리키며 공장 신설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리튬염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86%를 점유, 전 세계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리튬염은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지만 다변화가 발등의 불이 됐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리튬염은 중국산 대체가 시급한 상황이고, 국내 최대 전해액 업체인 엔켐이 직접 합작사를 세워 원료 내재화에 나선 배경이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이 늘어나는 가운데 IRA 도입으로 2025년이 되면 북미 리튬염 수요에 비해 공급이 24%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국에서 리튬염을 생산해 미국이나 유럽으로 보내는 사업 모델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엔켐은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전해액 시장 4위다. 대규모 리튬염 공장 건설로 원재료까지 수직계열화하면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배터리 업계 관심도 컸다.

최근 새만금에서 진행된 착공식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비롯해 GM, 파나소닉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엔켐과 중앙디앤엠 합작사인 이디엘의 이차전지 전해액용 리튬염 생산공장 예정부지 (새만금개발청 제공)
엔켐과 중앙디앤엠 합작사인 이디엘의 이차전지 전해액용 리튬염 생산공장 예정부지 (새만금개발청 제공)

미국의 견제에 북미 시장을 우회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들도 엔켐의 행보에 관심을 보였다. IRA에 따르면 리튬염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생산하면 보조금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엔켐 착공식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선 한국 업체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는 것을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라며 “중국 리튬염 업체가 한국에 기술이전과 생산지원을 해주고 기술료를 받는 적극적인 협업을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디엘은 내년 말까지 연간 1만톤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2025년 1만톤, 2026년 3만톤 설비를 증설해 총 5만톤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오정강 엔켐 대표는 “리튬염 시장에서 특정국가 수입 의존도 줄이고 원료 내재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면서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 변곡점에서 과감히 도전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