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정부 “R&D 구조개혁 초점”...출연연 “기초 및 현장 요구 미반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사업과 관련, 3조4000억원 예산삭감 자체 보다는 구조개혁 방안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혁신방안은 해외우수기관의 R&D 참여 확대와 비효율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양자, 인공지능(AI) 등 미래전략 기술 분야 투자를 강화했지만, 연구계에서는 기초연구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이 삭감된데 대해 R&D 현장과 현실을 간과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연구현장과 지속적인 소통은 R&D 혁신방안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권카르텔' 지목받은 관행 타파에 초점

이번 '정부R&D 제도혁신 방안'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이권카르텔'을 지목한 이후 기존 정책 재조정을 거쳐 수립됐다. 초반 예산 재조정 보다는 R&D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R&D 혁신방안의 핵심콘텐츠는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선발·지원이다. 해외 우수기관이 정부 R&D에 참여토록 해 성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인재를 키우는 데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현 정부가 전략 동맹을 추진 중인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교류가 확산될 전망이다. 우주·양자·6G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한국은 응용력이 뛰어나지만,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부족분을 채우는 주요 전략수단이 될지 주목된다.

과기정통부는 도전·혁신적 R&D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적극 추진한다. 예산 배분시 지출한도 보다는 임무 달성에 꼭 필요한 분야에 예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운영방침을 정비한다. 실력있는 연구자·기관에 예산과 인력을 몰아주는 방식이다. 다만, 규모와 인지도가 작더라도 혁신적 R&D를 할 수 있는 기관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구현장과 호흡은 과제

과기정통부는 R&D 브로커 타파, 과제관리 상피제 등 '범부처 연구관리 전문기관 혁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범부처R&D통합관리시스템(IRIS)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주요 R&D사업 예산 규모를 21조5000억원 규모로 배정했다. 총액은 3조4000억원, 13.9% 감소한 것은 108개 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 결과다.

첨단바이오, 인공지능, 양자, 사이버보안, 반도체, 2차전지, 우주 등 7대 핵심분야는 총 5조원을 투자하는 등 대부분 투자금액이 증가했다. 반면, 기초연구는 올해보다 약 2000억원(6.2%) 감소한 2조4000억원으로 책정했고, 출연연 예산은 올해 대비 3000억원(10.8%) 감소한 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다만, 연구현장과 호흡을 맞춰가는 일은 과제다. 당장 예산 삭감을 통지받은 출연연과 기초과학계는 반발한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지금 정부 정책은 과학기술에 투입 대비 효율 잣대를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과학기술 기반의 지속가능한 미래 지향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일”이라며 “지난해부터 소위 출연연 효율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긴축의 악순환이 이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 기초연구 분야 기관 고위 인사는 “기초연구는 '이권 카르텔'과는 결부 할래야 할 수 없는 영역인데 예산삭감이 이뤄진 것은 결국 예산을 깎기 위한 허울 아니겠느냐”며 “춘궁기에도 씨감자는 먹지 않는데, 앞으로의 과학기술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회 조정 과정에서도 논쟁이 예상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