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 주범 중 하나로 인터넷뱅크 주택담보대출을 주목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가 되는지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면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 같은 관점은 실제 압박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이달 말부터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가계대출 취급실태를 순차 점검한다.
국가가 가계대출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정부 메시지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대체로 일관되어야 한다.
인터넷뱅크 선두주자인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 회사 주담대 취급액 중 대환대출이 60%가량이다. 즉, 실제 인터넷뱅크 주담대 이용자 상당수가 기존 금융권에서 받은 고금리 주담대를 옮겨 이자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케이뱅크도 상반기 취급한 아파트담보대출 1조4000억원 중 절반가량을 대환대출을 통해 확보했다. 씬파일러나 중·저신용자에게 보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인터넷뱅크 출범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특화전문은행 인가 신청 문호를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신규 인가 방침을 발표한 후 잠재적 후보군에서 신청 받던 관행을 깨고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 가능한 사업 계획이 있으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받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때에도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은 심사 과정에서 기존 3개사(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등을 고려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당시 “오랜 기간 영업을 지속해오면서 그 성과와 국민경제에 대한 영향 평가가 어느 정도 이뤄져 온 기존 은행들과는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은 현재 영업 중인 3개사 성과 및 국민경제적 영향에 대한 평가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때문에 당시 핀테크 업계에서는 '겉으로는 문호를 개방한다면서, 인뱅 업계에 대한 고삐를 더 죄겠다는 속내를 비쳤다'는 실망감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뱅크에 관심을 가지던 기업들이 금융위 발표 이후 “매력이 없다”면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기본 조건은 경쟁이다. 인터넷뱅크는 이미 탄탄한 사업을 구축한 기존 금융권과 경쟁한다. 정부가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고객 확보를 위해 금리를 낮추고 매력적인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다. 이런 경쟁이 활발해져야 소비자 편익이 커진다.
신규 금융 플레이어들을 관리·감독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 인터넷뱅크들이 가계대출을 부추기고 이자 장사에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면 안 된다. 이미 인터넷뱅크는 태생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를 받는 등 기존 금융권에 비해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진짜 할 일은 이들의 건전성을 챙기는 일이다. 인터넷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출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탄탄한 수익원이 필요하다. 2023년 현재 인터넷뱅크 3사중 한 곳은 아직 적자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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