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택 P1 낸드 '236단' 전환…128단 생산 줄여

차세대 주력 제품 집중 전략
장비 교체 기간 감산 효과 커
글로벌 낸드 수급 안정화 기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평택 1공장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128단에서 236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고가 많은 128단 낸드 생산을 줄이고 최선단 제품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다. 올 연말 낸드플래시 수급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위기 돌파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1공장(P1) 생산라인을 128단에서 236단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낸드플래시의 단수는 셀 적층 수로, 숫자가 높을수록 용량이 크고 최신 제품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구체적인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삼성은 평택 P1 낸드 라인 상당수를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사정에 밝은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전환 방침을 확정하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P1은 삼성 메모리의 핵심 생산 기지다. 크기가 77만6000㎡에 달하는 곳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를 만들고 있다. 생산능력은 12인치(300㎜) 웨이퍼 기준 D램 월 10만장, 낸드 19만장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P1 낸드플래시 라인을 개편하는 건 시황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낸드플래시 재고는 올해 최대 28주까지 치솟았다. 이는 적정 재고 일수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낸드는 128단 제품을 중심으로 재고가 쌓여 삼성은 수요가 줄어든 제품 생산을 축소하고 현재 상용 제품 중 가장 앞선 236단 낸드로 생산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공정 전환을 통해 삼성은 낸드플래시 재고조정과 신시장 선점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반도체 공정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장비 교체 기간 동안 감산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즉 128단 재고를 빠르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삼성이 감산에 그치지 않고, 공정 전환을 추진하는 건 200단 이상 낸드가 차세대 주력품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지난해 128단이 전체 수요의 50%를 차지했으며, 176단·96단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176단이 50%를 넘고 200단 이상 낸드가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236단을 준비해 미래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공급 업체다.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생산 조정으로 공급 초과 상태인 낸드플래시 수급이 안정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웨이퍼 투입량을 10% 줄이기로 했고, 중국 시안 공장도 가동률을 20% 수준까지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시안 공장은 128단 낸드를 만드는 곳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말까지 낸드 적정 재고 수준인 6~8주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낸드 재고는 상반기 28주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18주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를 적정 수준까지 더 낮출 계획이다. 〈본지 8월 22일자 1면 참조〉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삼성전자 제공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