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서비스 제도화 관문인 규제샌드박스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한시적 규제 면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으로 혁신 산업이 시장에 안착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규제샌드박스 승인건수는 상반기 1000여건을 돌파했다. 제도 도입 5년차를 맞이해 연평균 200건 안팎의 신규 서비스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금융위,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샌드박스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승인건수에 비해 서비스 최종 사업화 비율은 아직 미미하다. 270여건 규제샌드박스 사업 과제를 수행한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경우, 현재 제도권에 안착한 서비스가 '대출비교플랫폼'이 유일무이하다.
제도화에 성공한 대출비교플랫폼 조차도 자생력을 잃어 대기업에 인수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2019년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등장한 1세대 대출비교플랫폼 핀다, 알다, 깃플 중 독자생존에 성공한 곳은 핀다가 유일하다. 지난해 KB캐피탈이 알다 운영사 팀윙크를 인수했고, 깃플은 이달 쿼터백그룹으로 흡수합병 될 예정임을 알렸다. 최장 4년이라는 시한부 사업 허용 기간동안 사업 자생력은 잃고 미래 불확실성만 커진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까다로운 승인 조건을 갖춰 일순간 혁신의 문턱은 넘어서지만, 이후 제도화되기까지 수익성 실현과 기타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기에 최장 4년이라는 시한부 기간은 짧고, 당국의 움직임은 느린편”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혁신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심사과정 투명화, 추진력 있는 당국의 협력, 배타적 운영권 등을 규제샌드박스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심사기준 투명성'을 요구한다. 불명확한 심사 기준·기간과 탈락 시 구제절차가 부재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심사 절차 역시 지속 지연돼 스타트업은 조직운영과 비용 지출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스타트업 업계는 일정기간 배타적 운영권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대기업이 시장에 제안할 때,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기 때문에 테스트 기간만이라도 배타적 운영권을 부여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과기정통부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과기정통부는 규제샌드박스에서 데이터 기반 법령정비 체계를 운영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그간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를 설득시 사업자가 계약한 건수, 사고 유무, 이용자 수, 서비스 지역 등을 데이터화 해서 관계부처에 제공했다.
그 결과 과기정통부는 샌드박스 시행 부처 중 가장 높은 제도화율을 보이고 있다. ICT 샌드박스를 통해 162개 규제특례를 부여한 것 중 시장에 출시된 서비스는 106개다. 특히 이 중 약 60%에 해당하는 63건은 정식 제도화로 이어졌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자체 규정한 데이터만을 제공해왔다면, 앞으로는 관계부처와 사전 협의해 실질적으로 규제 개선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 항목을 집중적으로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관계부처에서 법령 정비를 하지 않은 사업건을 분석해 제도화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조사하고 이를 제공한다. 이 같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제도 개선 성공률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정예린 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