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1주년 특집]지역 디지털 전환, “자율성·중장기 로드맵 동반돼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며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ICT의 지속적 발전과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 가치 창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혁신은 지방자치단체 행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과거 지자체 디지털 혁신이 행정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재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현재는 행정이 상호 융복합해 새로운 행정서비스를 창안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혁신이 사회를 비롯해 경제, 문화, 개인 수준 등 우리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국 각 지자체도 시민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기 위해 디지털 지역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디지털 혁신이 더 탄력받기 위해 투자와 중장기 로드맵 마련, 지역 자율성 확대 등 여러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경기 지역이 전체 디지털 기업, 매출액 등에서 차지하는 비율(%), 자료=정보통신산업진흥원
서울·경기 지역이 전체 디지털 기업, 매출액 등에서 차지하는 비율(%), 자료=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역 디지털 혁신, 여전히 갈 길 멀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 정보기술(IT) 지원정책을 시행했지만 수도권과 지역 디지털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에 따르면 전국 디지털 기업 수 가운데 78%(2만5000여개)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매출액 88%(84조5000억원), 종사자 85%(31만3500여명)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렸다.

정수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역디지털혁신추진단장은 “2000년 초반에는 수도권에 IT 기업이 95% 가량 쏠릴만큼 압도적이었지만 최근에는 80% 수준까지 줄었다”면서도 “여전히 지역 디지털 기업은 평균 매출, 인력 등 여러 요건이 수도권에 비해 열악하다”고 진단했다.

◇지역 디지털 생태계, 핵심 인력 필수

'2021 지역 IT/SW 산업 생태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가운데 41%가 지원 필요 분야로 '인력 지원'을 꼽았다.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인력 확보(30%)'와 '보유인력 교육 강화(29.1%)'가 시급하다고 답했다. 지역 디지털 전환 비추진 이유로도 인력 부족 문제(30.6%)를 언급하는 등 인력은 지역에서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정 단장은 “지역 디지털 생태계 관점에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디지털 기술로 자립할 수 있는 먹거리 사업이 필요하고 이를 구현하는 핵심 인력 확보가 필수”라면서 “좋은 인력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강화하고 지역 대학 등에 인력이 꾸준히 수급되도록 대학 연구소 등을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장기 로드맵 必…지역 자율성도 보장해야

지역 디지털혁신 지원사업이 늘었지만 상당수는 단기 사업에 그친다.

20년간 지역 디지털 사업을 맡아온 김준수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본부장은 “보통 1년짜리 단기성 사업이 많다 보니 지속가능한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기가 어렵다”면서 “중장기 로드맵을 갖고 안정적 지원과 관심이 지속돼야 확실한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자율성도 중요하다. 현재 지역 디지털전환 사업은 중앙 정부에서 기획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김 본부장은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고 디지털 도입·발전 정도도 제각각”이라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해당 지역 실정에 맞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기획·추진·성과 관리까지 한다면 더 실질적 디지털 전환 사례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인재 유치도 고민해야

인재와 자본이 떠난다고 무조건 붙잡을 수 없다. 글로벌 우수 인력이나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것도 지역 디지털 혁신에 도움이 된다.

글로벌 주요 지역은 이미 이 전략을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남부 소도시 소피아앙티폴리스는 1400여개의 IT·바이오기술(BT) 기업이 입주했으며 70여개국 인력 3만1000여명을 고용했다. 중국 중관촌은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다국적 기업 R&D 센터가 집중된 도시로 성장했다.

김유현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원장은 “그동안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기업과 인력을 막기 위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면서 “이제 역으로 글로벌 우수 인력이나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전략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올해 정부의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지원 시범사업'에 선정된 대구 수성알파시티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상당부분 투자해 좋은 거점을 마련해주고, 지자체 차원에서 세재 혜택 등이 더해지면 해외 기업이나 연구소 유치도 도전해볼 만하다”면서 “디지털 혁신 없이 지역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글로벌 기업과 인재 유치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