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X2는 종이라는 공통된 재료를 사용하는 6명의 예술가를 선정하여 특별한 전시 '페이퍼폴리오(PAPERFOLIO: from pulp to poetry)'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가장 익숙하고 전통적인 매체인 종이가 작가의 손에서 새로운 해석과 창조의 장으로 거듭나며 생소함과 감탄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데 초점을 뒀다.
성립, 김서울, 김성식, 나백, 박미라, 그리고 유희의 종이 드로잉은 관람객을 무한한 다차원의 상상력과 탐구로 인도하며 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제시한다.
먼저 성립은 오직 검은 펜 하나만으로 감상자를 거대한 공명 속으로 이동시킨다. 화면을 가득 채운 여백은 자신만의 기억을 투영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리움의 정서로 이끌고 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이끌림이 그의 회화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서울은 상자를 소재로 도시의 공간을 담는 작가다. 대도시라는 시스템은 인간을 네모난 형태의 공간에 거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과연 자의일까 타의일까. 김서울의 회화는 규격화된 일상 속에서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영혼들에게 보내는 위로를 준다.
김성식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 그 자체에 몰입한다. 그의 그림은 회화라는 틀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도식과 언어이자 이미지 그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이미지의 꼬리를 물듯이 더하고 더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추상적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유희의 회화는 우연성에 기반을 두고 순간의 기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포착한다. 규율과 완성이라는 압박을 등진 채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을 이끌어내는 그의 회화는 자유로운 형상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미라는 섬세한 드로잉으로 초현실의 세상을 그려낸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연결과 단절의 연속이다. 화면을 공통적으로 채우는 뿌리는 화면을 허우적대고 있다. 두터운 기반을 잃은 뿌리는 결국 쓰러지고 말 것이다. 뿌리는 결국 자신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작가는 묻는다.
나백의 회화세계는 연탄을 사용하던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린 날의 삶을 압축해둔 연탄이라는 소재는 이제 모두에게서 잊혀가고 있다. 그러나 나백은 연탄을 소재로 사용하며 잊혀가는 것에 새 생명을 부여한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을 전해주었던 연탄처럼 그의 작품 또한 포근함을 안겨준다.
작가를 통해 종이는 더 이상 과거의 산물이 아닌, 역사를 되짚으며 동시대 예술과 공존하며 변화하는 매체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멀티태스킹과 디지털 정보 처리가 주류인 현대 사회에서도 종이는 여전히 일차원적인 정보 처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갤러리 엑스투는 이 특별한 전시를 통해 종이 위에 그리는 예술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함께 나누며,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 계획이다.
갤러리 엑스투는 지난 8월 차민영 개인전 'Shake Up'에서 시선의 변주를 이끌 초대형 가방 구조물을 직접 설치해 몰입형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이번 전시 또한 거대한 동화책 구조물의 설치를 통해 이를 돕고 있다.
갤러리 엑스투는 미술 애호가 스스로 전시 형식을 발견하게 돕는 새로운 형태의 갤러리로. 형식 너머의 다양한 접근 방식은 미술을 사랑하는 모두를 위한 실험적이고도 개념적인 세계를 선사할 계획이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