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병원' 공습 하마스 감청 공개…“우리가 쐈어? 응, 아마”

이스라엘군(IDF)이 공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 아흘리 병원 포격 전후. 사진=엑스 갈무리
이스라엘군(IDF)이 공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 아흘리 병원 포격 전후. 사진=엑스 갈무리

가자지구 병원에 가해진 공습으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거듭 부인하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감청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18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가자지구 알 아흘리 병원에서 발생한 공습에 대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의 오발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관련 증거를 제시했다.

하가리 소장은 전날 폭발 전후로 알아흘리 병원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 등을 공개하면서 “IDF의 공습 때문이라면 현장에 공습에 의한 구덩이나 건물에 구조적인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벽도 그대로 있다”며 손상된 곳은 병원 밖 주차장뿐이라고 덧붙였다.

하가리 소장은 알아흘리 병원 폭발이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 때문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가자병원 공습이 발생한 같은 날 이슬라믹 자하드가 병원 인근에 폭격을 가했다는 보고를 공개했다. 17일 오후 6시 59분께 이슬라믹 지하드가 병원 인근 묘지에서 10여 발의 로켓을 발사했으며, 동시에 가자시티에 있는 병원에서도 폭발이 있었다는 보고다.

하가리 소장은 하마스 측이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책임을 이스라엘군에 돌렸다고 비난했다.

이날 IDF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폭발 당시 확보했다는 감청 음성도 전부 공개했다. 녹취에는 하마스 첩보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의 음성이 담겼다.

대원 A가 “미사일이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하자 B는 “이건 이슬라믹 지하드 것이라던데”라고 답한다.

이에 놀란 A가 “뭐라고?”라며 되묻자 B는 “이슬라믹 지하드 것 같다니까”라고 대꾸한다. 믿을 수 없다는 듯 A가 “우리가 쐈다고?”라고 재차 확인하자 B는 “그렇게 보인다니까”라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누가 그러드냐”고 재차 캐묻는 질문에 B는 “미사일 파편을 보면 이스라엘 것이 아니라 이쪽 지역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곳에 공격이 있었냐는 질문에 B는 몇 초간 침묵하다 “그들(이슬라믹 지하드)은 병원 뒤에 있는 묘지를 쐈고, 오발돼서 병원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녹음이 끝났다.

하가리 소장은 이를 종합해 병원 공습을 재차 부인하면서, 하마스가 주장한 사망자 역시 크게 부풀려졌다고 했다.

알 아흘리 아랍 병원 공습으로 가자지구 보건부가 집계한 사망자는 200~300명, 하마스가 발표한 사망자는 최소 500명이다. 하가리 소장은 이렇게 빨리 사망자를 집계할 수 없다고 짚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하고 이스라엘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가자지구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며 “내가 본 바에 따르면 이 공격의 배후가 당신들(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며 이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고통만을 안겨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하마스는 성명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서사(내러티브)를 채택함으로써 가자 학살에 책임이 있다. (이스라엘) 점령 지도자들과 직접적인 파트너”라고 주장하며 “미국은 이스라엘의 점령 행위에 맹목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주장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