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주민에 섬뜩한 전화 “2시간안에 폭격 예정…당장 도망쳐라”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대피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대피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주민이 개인 전화로 폭격 예고 전화를 받은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쪽 알-자라에 거주하는 치과 의하 마무드 샤힌(40)은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19일 오전 6시 30분경 알 수 없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스라엘 정보부 소속 아부 칼레드라고 밝힌 전화 속 남성은 유창한 아랍어를 구사하며 “빌딩 세 채를 폭격할 예정”이라며 “주변 지역에 대피 경고를 내려라”라고 경고했다.

샤딘은 처음에 의문의 전화를 믿지 않았다. 당시 이스라엘군을 사칭한 장난 전화가 만연해 실제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을 식별하는 팁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샤딘은 상대방에게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경고 사격을 해봐라'라고 말했고, 인근 아파트 중 한 블록에 총탄이 떨어졌다. 그는 이 총탄이 드론에서 날아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시 경고 사격을 요청하고, 총성을 제대로 들은 뒤에야 샤딘은 자신이 수백명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샤딘은 자신이 왜 주민을 대피시키는 역할에 지목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전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자 최대한 많은 이웃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전화 속 남성과 씨름해야 했다.

그는 상대방에게 “사람들이 대피하는 동안 우리를 배신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고, 상대방은 “시간을 가지라. 우리는 아무도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무드가 살고 있던 알-자라는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외곽에 있는 지역으로 팔레스타인 대학을 비롯해 학교, 카페, 상점, 공원 등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선 도심지다.

그는 전화 속 남성에게 알-자라는 민간인 거주 지역이며 이웃들도 서로를 잘 알고, 국경 지역이나 분쟁이 있던 지역도 아니란 걸 이해시키려고 애썼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전화 속 남성은 “당신과 나보다 더 큰 사람들로부터 온 명령이고, 우리는 폭탄을 떨어트리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샤딘은 길거리를 뛰어다니며 “대피하라!”고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지르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는 이날 아침 수백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졌으며 일부는 잠옷이나 기도복을 입은 채로 도망쳤다고 회상했다.

대피가 끝나자 전화 속 남성은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했고 곧이어 폭격이 시작됐다. 샤딘은 자신의 집 바로 인근의 건물 세 채가 무너지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이어 전화 속 남성은 “이제 끝났다.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

이는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대피시켰고 얼마 뒤 폭격이 이어졌다는 목격자들이 속출하면서 BBC가 샤딘을 찾아 인터뷰해 밝혀진 내용이다.

이스라엘 정보부는 샤딘은 물론 그의 가족 인적사항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닳으면 주변에 있는 이웃들의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그를 바꿔달라고 하기도 했다. 또한 그와 통화에서 서쪽 팔레스타인 대학으로 대피하라고 대피 장소를 협상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IDF)은 “하마스 테러 조직을 해체하기 위한 임무의 일환으로 가자지구 전역의 군사 목표물을 조준하고 있다”며 “민간인 희생을 완화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